최연혜 코레일 사장.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인사청탁 논란을 빚은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코레일 사장직에 충실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공기업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정치적 언행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 채 이번 사태가 단지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본질을 흐리는 '꼼수 대응'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 '사퇴'를 '불출마'로 막기?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지난 2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16년 4월에 실시되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려면 120일 전에는 공직을 사퇴해야 되는 만큼, 사장 임기(2016년 10월)를 채우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최 사장은 "코레일 사장으로서 주어진 임기 3년 동안 맡은바 소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실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공직자로서, 그것도 철도파업 문제가 채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공기업 사장이기 이전에 전 당협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건의였다"고 강변했다.
모든 것이 '오해'였을 뿐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 최 사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최연혜 사장의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키는 모양새다.
민주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공기업 수장이라면 진정한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보였어야했다"며 "총선 불출마를 운운하며 '물타기'를 하는 것은 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22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철도공공성시민모임 역시 "이번 사안의 핵심은 공기업 사장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성마저 잃었다는 것"이라며 "사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 '철도의 어머니' 대신 '정치인의 어머니' 택했나최연혜 사장이 내놓은 '해명'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 사장은 인사청탁 논란이 불거진 뒤 "방문 목적은 신년인사였고 대화시간 역시 6~7분 정도에 불과했다"며 "(당협위원장) 이야기는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총선 때 나를 도왔던 새누리당 분들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며 '도의적인 차원'이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6~7분에 불과한 만남에서도 당협위원장 인선에 대한 건의를 빠뜨리지 않고 챙겼다'는 사실은 '당초 목적이 신년인사'였다는 해명을 수긍하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직위해제는 물론 '위자료' 등 전례 없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제 식구'에게 보인 강경한 입장과 사뭇 다른 '옛 식구'에 대한 정(?) 역시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더 큰 상실감을 안기고 있다는 게 코레일 직원들의 전언이다.
누리꾼과 시민들 사이에서도 최 사장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 @i*****eel은 SNS를 통해 "철도의 어머니, 이번에는 식구들 챙기는 맏며느리의 심정으로 황우여를 만났다고 변명할 것 같다"라고 꼬집었고, 누리꾼 @b****ino는 "갑자기 총선 불출마라니... 지금 정치인이라는 건가?"라는 반응을 보였다.{RELNEWS:right}
시민 김 모(37) 씨는 "철도의 어머니를 자처했으면서 실제로는 옛날에 같이 정치했던 사람들만 챙긴 것 아니냐"며 "정치인들의 어머니라고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