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피랍 사흘 만에 풀려난 한석우 코트라 무역관장을 납치한 주체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활동하는 청년 무장대원들로 파악되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지난 19일 한 관장 피랍 사건이 발생한 직후 납치 세력의 정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들과 접촉을 시도해 왔다.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트리폴리에서 개인화기 등의 무기를 보유한 채 집단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폴리에서는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부족, 지역 출신끼리 무장 단체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주리비아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납치에 가담한 이들은 모두 4명인데 체포된 공범이 있는지는 더 확인을 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트리폴리에는 현재 리비아 정부와 연계된 3~5개의 강력한 민병대 조직과 수십 개의 군소 무장 단체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민병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소수 인원이 모여 만든 조직도 상당수다.
트리폴리의 각종 민병대와 무장단체의 네트워크는 매우 복잡하다. 이들 단체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반군 출신 대원들과 실업 상태인 자경단원, 리비아 내전 기간에 풀려난 죄수 등이 활동하고 있다.
리비아 내전 당시 반군으로 활동한 여러 민병대는 각 조직의 지휘관을 거쳐 리비아 내무부 산하 기관에 등록할 수 있다. 그 대가로 무장대원에게는 체포와 구금, 조사 등의 권한을 부여받는다.
리비아 국방부도 전국 각지의 민병대를 상대로 군사 조직을 대신할 정규군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적, 정치적, 부족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내부 권력 다툼이 계속되면서 경찰과 군대와 같은 국가 조직을 창설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트리폴리에서 가장 강력한 민병대 조직 가운데 하나는 '미스라타 여단'으로 통한다.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약 200km 떨어져 있는 미스라타 출신이 주축이 돼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진탄 지역 출신으로 구성된 민병대도 주요 조직으로 분류된다.
트리폴리 다수의 민병대는 카다피 정권 보호를 목적으로 지어진 여러 군사 시설에 주둔하고 있으며 3개 여단 조직이 므티가공항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이 공항에 근거지를 둔 '카라 여단'은 주로 술과 마약을 다루는 범죄자를 체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이슬람 근본주의 살라피스트 세력이 만든 다수 민병대는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른 민병대 역시 다른 지역 세력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중앙 정부의 무기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트리폴리 주재 각 민병대는 내전 기간 국내외에서 확보한 총기류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일부 이슬람 무장단체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으며 알카에다 대원의 새 훈련 캠프가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리비아 남부 사막지대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