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야권의 유혈 반정부 시위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가 공방을 펼쳤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민주적인 유럽의 미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투쟁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의 편에 서 있다"며 야권 지지를 표명했다.
케리 장관은 "우크라이나인 다수는 안전하고 번영된 국가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한 국가(러시아)에만 종속돼선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야권의 투쟁이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통합되려는 의지의 표현이란 설명이었다.
이에 앞서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뮌헨 안보회의의 한 포럼에서 EU는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은 유럽과 미래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협력협정 체결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며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EU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아네스르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인들은 억압 없이 자신의 행로를 결정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야권 시위 해산 과정에서 지나친 무력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안보회의에서 서방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비판했다.
그는 "폭력적 성격을 띠어가는 가두시위를 선동하는 것이 민주적 원칙 확산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지금까지 관청 건물을 점거하면서 경찰을 공격하고 인종주의적이고 나치주의적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가"라고 서방을 비난했다. 그는 유럽의 저명 정치인들이 사실상 우크라이나 시위대의 폭력적 행동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대행 레오니트 코좌라는 뮌헨 회의에서 EU에 협력협정 체결 협상 재개를 촉구하면서 이 협상에 러시아도 참여시킬 것을 요구했다. 코좌라는 "우크라이나와 EU가 협력협정 체결을 위한 기술적 협상을 시작할 때가 됐다"며 "일련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이 협상에 러시아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뮌헨 안보회의 뒤 케리 미 국무장관과 면담한 우크라이나 야권은 정국 위기 해결 방안에 대해 미국과 합의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당수 아르세니 야체뉵은 위기 해결을 위해 경찰의 폭력 사용 중단, 구속 중인 정치범 석방, 야권 지지자들에 대한 납치· 폭행· 고문· 살해 사건 조사, 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이원 집정부제로의 개헌 등이 필요하다는데 미국과 견해를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야체뉵은 이러한 과제들이 이행되면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150억 달러의 차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