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주·공화 양당이 이른바 '패스트트랙'(fast track)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활하는 법안을 놓고 여야가 뒤바뀐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TPA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집권 여당의 상원 지도부가 반대하고 야당이 적극적인 찬성을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5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하원에서는 TPA 법안이 잘 진행되고 있으나 민주당 상원이 반대하고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을 설득하지 못하면 법안은 백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너 의장은 "불행하게도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정당의 상원 지도부가 다른 일자리법안과 같이 이 법안의 처리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특히 "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들을 대표해서 의회가 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돕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은근히 치켜세우기도 했다.
반면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수차례에 걸쳐 TPA 법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혀 오바마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상원 의사 일정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고, 노동·환경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견해를 가진 의원들을 주도하는 리드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조속한 법안 처리는 이미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상당수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도 TPP를 비롯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잇따라 체결될 경우 미국내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TPA 부활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가세하고 나섰다.
이밖에도 이 법안을 제출한 상원 재무위원회의 맥스 보커스(민주·몬태나) 위원장이 차기 중국대사로 지명됨에 따라 그가 현지에 부임한 뒤에는 이 법안의 처리가 활력을 잃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