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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 박철민 "자기검열…나도 자유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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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약속' 박철민 "자기검열…나도 자유롭지 못했다"

    [노컷인터뷰] 거대기업에 맞서는 아버지 열연 "딸 응원 큰 힘 얻어"

    배우 박철민(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한국 사회에서 소위 "나라를 먹여 살린다"고 떠받들어지는 거대 기업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누구에게든 꺼려지기 마련이다.

    속된 말로 '알아서 긴다'는, 강제가 없더라도 위협을 피하기 위해 작동하는 자기검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과 그 가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박철민(47)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6일 개봉한 이 영화에서 반도체 노동자였던 딸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려 애쓰는 택시기사 상구 역을 맡았는데,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너무 센 거 아니냐" "가능하냐"고 되물었단다.
     
    또 하나의 약속 개봉에 앞서 서울 합정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박철민은 같은 아버지로서 상구 역에 더욱 깊이 들어감으로써 이를 극복했다고 전했다.
     
    "시나리오를 받아든 날 술 한잔 걸치고는 새벽 두 시께 집에 들어갔는데, 딸이 안 자고 있더군요. '이거 무거운 이야기인데 한 번 읽어보라'며 시나리오를 건냈죠. 아침에 딸이 '너무 마음이 아픈데 아빠가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날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대본 속 나약하고 무기력하고 소심하던 상구가, 바위처럼 강철처럼 단단해지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죠."
     
    - 또 하나의 약속은 어떤 영화인가.
     
    "한 아빠의 성장기로 다가왔다. 이 영화는 나와 내 가족뿐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에까지 눈을 돌리도록 만든다. 약한 사람들이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연대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지지하고 응원해 주고 힘이 되려는 모습 말이다. 주인공 상구는 강열하지 않은 담담한 캐릭터다. 그렇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저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도 상구처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듯하다."
     
    - 실존인물(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2007년 스물셋 나이에 세상을 등진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을 연기하는 데 부담도 컸을 텐데.
     
    "아직까지 마무리 안 된 사건의 중심에 계신 분이기에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처음 뵌 날 정리가 됐다. 선한 표정에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로 말씀하실 때마다 굳은 심지를 느낄 수 있었다. 깨지지 않는 강철 같은 인상. 뵙고 또 뵈면서 큰 힘과 연기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배우 박철민(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 강원도 사투리를 능숙하게 쓰더라.
     
    "익숙지 않은 사투리에 감정을 싣는 것이 쉽지 않았다. 슬픔이나 갈등을 나타낼 때는 사투리와 감정 가운데 하나는 흔들리더라. 대본과 녹음한 것을 반복해 보고 들었다. 촬영을 시작한다 시작한다 하면서 6개월이 늦어진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사투리에 감정을 싣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진 덕이다. 촬영 밀린 것이 약이 된 셈이다. 산삼에 뱀까지 넣은 약 말이다. (웃음)"
     
    - 극중 대기업과 싸우는 상구를 이해 못하던 아내가 조력자로 돌아서는 시퀀스에서 진한 눈물을 흘리던데.
     
    "눈물도 각각 색깔이 있는 듯하다. 깊이도 뜨거움도 모두 다르다. 당시 촬영하면서 '내 감정이 왜 이리 깊어지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프면서 고맙기도 하고 슬프고…. 나도 그만한 딸이 있으니 아빠 박철민의 감정도 섞인 듯하다. 연기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그 장면에서는 음악이 안 깔린다. 소리, 눈빛, 대사만으로도 감정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도 고질병인 애드리브가 자연스레 나오더라. '당신 참 예뻐'라는 말. 평소 재밌는 애드리브만 해 왔는데, 그때는 울컥한 애드리브였다."
     
    - 시민들이 제작비를 십시일반 모은 '제작두레'를 경험했다.
     
    "상상도 못했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힘이 있구나' '이런 뜻들이 모이는구나'. 처음부터 제작두레 형식을 취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여러 투자사와 접촉했지만 안 됐다. 그때 개인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작두레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아직도 생각하면 긴가민가하고 울컥한다. 어떤 분들은 '늦게 알게 돼 이제서야 돕는다.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가해자도 아니면서…. 세상에는 고맙고 선한 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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