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기업의 복리후생은 ‘신의 복지’라고 불렸다.
실제 중점 관리대상으로 지목된 38개 공공기관이 정부에 제출한 방만 경영 개선 대책을 보면 과도한 부분이 적지 않다.
고교자녀 학자금 최대 400만 원 지원(한국거래소), 가족건강검진비 30만 원 지원(한국마사회), 자녀 영어캠프 비용 지원(인천공항공사),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 특별 채용(조폐공사), 장기 근속자에 여행경비 지급(수출입은행) 등이다.
이들 공기업들은 복리후생을 국가공무원 수준으로 맞추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이같은 복리후생을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 노조는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을 용의가 있지만, 이들 복리후생을 일률적으로 과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공운수노조 박준형 사업팀장은 “기관별, 맡은 업무의 특성별로 적합한 복지 혜택이 있고, 이는 노사 간에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침을 하달하고 맞추라고 지시하는 것은 무리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비교해 봐도, 공무원은 퇴직 후 공무원 연금 수령, 재직 시 해외 연수 등의 혜택이 있지만, 공공기관 직원의 경우는 이들 혜택이 없다.
또 정년의 경우도 공무원은 60세까지 보장되지만 공공기관은 이보다 빠르고, 임금 피크제를 적용 받기도 한다.
한 마디로 공무원보다 못한 복지 혜택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공공기관 직원들은 공무원과는 달리 2008년에는 임금 반납, 2009년과 2010년에는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었다.
이번에 도마에 오른 복지 혜택 중에는 이런 임금 동결의 보상도 있었다.
실제로 문제의 복지 혜택은 철저히 기획재정부의 사전 지침을 따르도록 통제돼 왔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감독을 받아왔다.
◈ '신의 복지', 쥐어짜도 겨우 0.4%그런데도 정부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정상화 대책의 핵심인 양 말하며, 복지를 삭감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복리 혜택 삭감은 공공기관 부채 감소에 사실상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위에서 열거된 ‘신의 복지’ 혜택을 100% 폐지해서 절약할 예산은 1,600억 원 정도.
38개 공공기관들이 감축하겠다고 밝힌 부채(39조 5,000억 원)의 0.4%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방만경영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4%에 지나지 않다는 얘기다.
나머지 99.6%는 민간 자본 유치 등의 ‘사업 조정’(17.5조), 부동산 및 출자 지분 등의 ‘자산 매각’(7.4조),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반납 등의 ‘경영 효율화’(3.3조) 그리고 ‘수익 증대’(3.3조) 등을 통해 조달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쥐꼬리’만한 방만 경영을 앞세워 공기업을 쥐어짜고 있는 형국이다.
공기업 평가단에 3년간 활동한 이창우 서울대 교수는 “일은 정부가 저질러 놓고 비난은 공기업 사람들이 받는 모습은 옳지 않다”며 “공기업의 방만한 부분은 당연히 없애야 하지만, 그건 (공기업 개혁 방향의) 큰 이슈가 아니다”고 했다.
◈ 방만경영 침소봉대…"국민 자극하려는 나쁜 의도"심지어 침소봉대되고 왜곡된 자료가 공공기관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토부 산하 8개 공공기관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장기근속자와 퇴직자 3,416명에게 순금과 현금, 상품권 등 33억 6,628만 원을 사용했다”는 국회 자료도 전형적인 침소봉대다.
‘순금’, ‘현금’, ‘33억’이라는 말 때문에 엄청난 혜택을 받은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를 1인이 받은 액수로 환산하면 98만 원 정도밖에 지나지 않는다.
또 국정감사에서 76개 공공기관이 고용세습 조항을 두고 있으며, 실제 적용한 사례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중 대부분은 산업 재해로 인한 순직 등 직원 사망 후의 최소한의 생계보장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복지제도가 열악했던 10여 년 전부터 존재해왔으나 적용사례는 극소수인 사문화된 조항이 뻥튀기 된 것이다.
공공기관 노조가 지금과 같은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방식에 반기를 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조는 정부가 부채 증가의 실제 원인인 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숨기고, 그 책임을 공공기관 노동자에게 전가하려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이면합의 문제도 그렇다.
요새 일부 언론은 “LH노조가 자동승진과 각종 수당 인상 혜택 등을 이면합의를 통해 얻어갔다”며 이면합의서를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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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쳐질 때, 두 기관의 서로 다른 임금 체계를 통합하면서 발생한 임금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4급에 한하여 1호봉 상향 조정한 것으로 자동 승진이 아니었다.
LH노조 박해철 위원장은 “협약 체결과 함께 ‘공공기관 경영 정보 시스템(알리오)’에 공시한 내용을 마치 숨긴 것처럼 퍼뜨리고 있다”며, “국민을 자극하려는 나쁜 의도가 깔린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LH 김종환 노사협력부장도 “임금 및 복지는 총인건비 내에서 이루어진 협상으로, 정부 지침이나 예산 범위에 벗어나는 이면합의가 아니다”며 해당 보도에 대한 해명을 했다.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은 6일 개별교섭을 거부하고 단체교섭권을 노조연맹 등 상급단체에 위임키로 하면서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결국 정부의 포퓰리즘 식 개혁방식으로 공기업 개혁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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