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본회의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의 하나로 공공부문 개혁을 약속했다.
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예산낭비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정부 3.0 정신에 따라 부채, 보수 및 복리후생제도 등 모든 경영정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서 공공기관 스스로 개혁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여기서 ‘정부 3.0’이란 공공정보의 개방과 공유를 통한 업그레이든 된 정부운영 시스템을 의미한다.
곧 그의 말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모든 정보를 낱낱이(투명하게) 밝혀 비정상적 운영상을 숨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 만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를 중시여긴 것이다.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정부도 12월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등을 공개해 공공기관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가 전반적으로 개편됐다.
눈에 띄는 것은 공공기관의 8개 복리후생 항목과 12개 공룡공기업의 부채정보가 새롭게 추가됐다는 점이다.
◈ 공기업 개혁의 필수 정보 무더기 누락...정부 의도 의심받아그러나 ‘모든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약속과는 한 참 동떨어져 있다.
우선 공공기관 부실의 핵심으로 지적된 낙하산 인사와 관련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발표 시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의 경력란에는 단 3줄이 전부였다.
낙하산 시비를 불러일으킨 각종 정치이력은 모두 뺀 것이다.
임원현황도 전직은 모조리 누락돼 있다.
알리오 캡쳐.
과거 누가 근무를 해서 어떤 경영 성과를 거뒀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해당 기관의 경영을 감시하는데 필요한 예산서, 결산서, 사업계획서 등도 요약본으로만 올라와 있어 경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기 어렵게 해놓았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돼 작성된 각종 보고서의 경우도 별첨 서류가 누락돼 있는 일이 다반사다.
동국대 김갑순 교수는 “정말 궁금한 정보는 알리오에 없다”며 “다른 기관과의 비교 가능한 자료나 장기간 시계열 자료 등이 없어서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도 공공기관의 경영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일일이 해당 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현재의 알리오 시스템은 국민에 의한 상시감독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취지를 무색케 할 정도로 정보가 빈약하다”며 “국회의원들도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주무부처에 일일이 요청해야하는 등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기관 운영의 핵심 정보라 할 수 있는 이사회 의사록의 경우도 3~4페이지 요약본으로 정리돼 있어서 특정 안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통과됐는지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