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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러시아

    속속 드러나는 그리스 국방비리 실태

    • 2014-02-10 16:48

     

    "워낙 여러 차례 받아서 그런지 정확한 뇌물 액은 기억할 수 없다."

    무기상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안토니스 칸타스 전 그리스 국방차관이 재판정에서 털어놓은 진술 내용이다.

    미국 일간 신문 뉴욕타임스(NYT)는 2001년 차관 재직 시 독일산 탱크 도입 반대 견해를 밝히고 나서 무기상으로부터 60만 유로(약 8억7천만원)의 뇌물이 든 가방을 챙긴 데 이어 다른 무기상들로부터도 뇌물을 받아 돈세탁 과정을 거쳐 외국은행 계좌에 입금한 칸타스의 비리 실태를 9일(현지시간)보도했다.

    칸타스의 진술 내용은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공직사회에 만연하고 고질적인 뇌물 관행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최초의 고위 인사이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차관 재직 시 독자적인 결정권이 그다지 없었으며, 당시 그리스 국방부 내 뇌물 관행이 워낙 만연해 중간직 관리도 5년 만에 1천900만 달러가량을 챙길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에 공직사회의 웬만한 뇌물 비리에 대해 무덤덤한 그리스 국민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 수수한 뇌물 규모에 대한 검찰 측의 신문에 뇌물성 돈을 수없이 받는 바람에 정확한 액수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실토했다.

    실상을 밝히는 조건으로 새로 발효된 법에 따라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따른 그의 이런 진술에 대다수 그리스 국민은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방만한 뇌물 관행이 끝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칸타스의 이런 진술은 유사 혐의로 법정에 선 여느 공무원들과는 판이하다. 아무런 득이 없다는 판단하에 뇌물에 대해 거의 함구한 채 감옥행을 선택한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칸타스의 뒷거래 실상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과 때를 맞춰 국민적 공분도 들끓기 시작했다. 이런 공분은 특히 그리스가 자초한 재정난과 관련해 그리스를 질책해온 독일에 대한 것이 절대적이다.

    칸타스의 진술이 정확하다면, 독일, 프랑스, 스웨덴, 러시아 등 4개국 군수업체들이 어떻게 종종 그리스 중개상을 통해 뇌물을 마음대로 뿌리면서 지불 능력도 부족한 그리스 정부를 상대로 수준 이하의 군사 장비를 판매했는지 실상을 엿볼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리스의 군사 전문가 겸 저술가인 콘스탄티노스 프라고스는 그리스가 승인한 170대의 독일제 탱크 구매가가 23억 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칸타스에게 건네진 60만 유로는 별것 아니라고 주장했다.

    독일제 탱크 구매 건과 관련해 더 황당한 것은 탄약 구매는 제외됐다는 점이다. 그리스는 또 전자 유도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전투기를 도입했으며, 소음과 고장이 많은 미완성 잠수함을 40억 달러 이상 비싼 값에 사들여 수도 아테네 외곽의 한 조선소에 사실상 방치시켜 놓았다고 프라고스는 밝혔다.

    더구나 경제난이 고조돼 그리스가 언제 유로존에서 축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리스 의회는 4억700만 달러 규모인 독일제 잠수함 구매비 지출을 승인했다. 프라고스는 "우선 그리스의 썩은 제도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해외 판매상들의 책임도 크다"면서 "판매상들은 관련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뿌리고 판매 욕에 부도난 국가나 마찬가지인 나라에 돈을 빌려주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RELNEWS:right}

    국방부만 부정부패의 온상이 아니지만, 1996년 그리스가 에게해의 도서 영유권을 놓고 교전을 벌인 직후 그리스가 거액을 들여 무기 구매에 열을 올렸기 때문에 집중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10년 동안 그리스의 무기 구매 규모는 680억 달러로 대부분이 차관이라고 밝혔다. 이런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고 무기상들은 승인권을 가진 국방부 관계자와 국회의원들에게 건넨 뇌물만 27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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