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메달 기뻐요' 러시아로 귀화해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안현수가 10일(한국 시각)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기자회견장에서 웃으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소치=임종률 기자)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 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가 8년 만에 화려하게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안현수는 10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남자 1500m에서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 3관왕 이후 무려 8년 만의 올림픽 메달이다. 당시 안현수는 1500m, 1000m와 5000m 계주를 석권하며 쇼트트랙 황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는 대표팀 선발전에서 발탁되지 못했다.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갈등을 빚었고, 소속팀 성남시청도 해체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11년 러시아로 전격 귀화했다. 이후 올 시즌 유럽선수권대회 4관왕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고, 결국 올림픽에서 메달까지 따내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이날 안현수는 한국 선수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노메달에 그친 고국 팬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2조에서 박세영(단국대)과 함께 예선을 통과한 안현수는 준결승에서 2위로 결승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박세영이 안현수와 몸싸움에서 밀리며 결승행이 무산되기도 했다.
경기 후 안현수는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아무 말 없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인터뷰 중이던 이한빈(성남시청)에게 "수고"라는 말을 건네며 유유히 라커룸으로 사라졌다.
▲"올림픽 메달 기뻐…韓 선수들과 불편하지 않다"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나선 안현수는 귀화에 대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렇게 다시 올림픽에 나서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면서 "첫날 메달을 따게 돼서 남은 종목은 더 편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부상에서 회복을 한다 해도 다시 이런 올림픽에 나설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귀화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시 이런 큰 무대 설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토리노보다 즐기는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면서 "동메달 자체가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러시아 쇼트트랙 첫 메달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러시아 홈 팬들 응원을 등에 업고 첫 메달을 안긴 것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가슴이 많이 벅차고 믿어주고 지원해주신 러시아연맹 회장님과 팀 스태프에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팀 선수들에게도 고맙고 꼭 따고 싶은 메달은 계주고 다같이 마지막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서툰 러시아어 등 팀 워크에 대해서 안현수는 "아직 러시아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항상 신경 쓰고 노력하려 한다"면서 "운동할 때 대화는 그래서 러시아말로 한다. 처음보다 선수들이 대하는 것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일단 팀 선수들과 다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서로 협력하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여자친구와 올림픽 이후 결혼설에 대해서는 "사적인 부분은 올림픽 이후 말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올림픽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선수를 계속하든, 공부를 하든 아직 확실히 모르겠다"면서도 "2018년 평창올림픽도 모르겠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만두지 않을 것이며, 선수가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 선수들과 관계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현수는 "한국 선수들과 불편한 점은 없는데 자꾸 언론들이 그렇게 만든다"면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메달을 위해 경쟁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너무 그런 부분이 크게 부각된다"면서 "앞으로도 스스럼없이 지내고 평소와 똑같이 대화하고 남은 올림픽도 함께 즐겁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이번 대회 500m, 1000m와 5000m 계주에 나선다. 안현수는 "체력 부담이 없는 종목이라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