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엿새 동안 1m가 넘는 '눈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한파주의보까지 발효돼 밤새 눈이 얼어붙은 11일 오전 강원 동해안 지역 곳곳이 빙판길로 변해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이날 아침 8시 현재까지 강원지역에 내린 눈의 양은 진부령 122㎝, 강릉 117㎝, 강릉(왕산) 100.5㎝, 고성 간성 100㎝, 동해 86㎝, 속초 80.3㎝, 대관령 74㎝, 태백 33㎝, 평창 12㎝, 인제 2.5㎝ 등이다.
공식기록은 아니지만 목측이나 폐쇄회로(CC) TV 등으로 관측된 누적 적설량은 향로봉이 154.7㎝을 기록했고, 미시령은 관측 한계인 2m를 넘어섰다.
한파가 몰아치면서 이날 아침 8시 기준 아침 최저 기온은 양구 해안 영하 18.8도, 설악산 영하 17.9도, 홍천 내면 영하 17.7도, 태백 영하 10.5도, 속초 영하 3.4도, 강릉 영하 3도 등으로 전날보다 1∼5도가량 내려갔다.
이 때문에 눈이 쌓인 진부령, 미시령 등 고갯길과 강릉 등 영동 산간 도로에서 밤사이 내린 눈과 비가 얼어붙어 크고 작은 눈길 차량 미끄러짐 사고가 이어졌다.
다행히 대부분 저속 주행 중에 발생한 가벼운 접촉 사고라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도심 골목도 빙판길로 돌변해 낙상 사고가 속출했다.
10일 자정께 강릉시 금학동의 한 상가지역 골목에서 행인 강모(27·여)씨가 빙판길에 넘어지면서 발목이 골절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저녁 7시 33분께 고성군 간성읍 진부리에서는 제설작업하는 읍사무소 직원들을 돕던 주민 한모(63·여)씨가 넘어지면서 팔을 다쳐 119구급차로 이송됐다.
폭설 엿새째를 맞은 영동지역 주민들은 자가용 운행을 포기하고 먼 길을 걸어서 출근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현재 눈이 1m 넘게 쌓인 주요 고갯길의 차량통행은 통제와 재개를 반복하고 있고, 화물열차 운행도 80% 이상이 중단된 상태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강릉, 동해, 삼척, 속초, 고성 등 5개 시·군 39개 구간의 시내·농어촌버스가 나흘째 단축 운행되고 있다.
강릉과 고성 등 2개 시·군 14개 마을 397여 가구 주민 1,164명은 여전히 발길 묶인 상황이다.
이날 강원 영동에 닷새째 발표 중인 대설특보가 해제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강원도와 지자체는 제설 작업을 서두르는 한편 본격적인 피해 복구에 나설 예정이다.
강원도와 동해안 각 시·군은 1,300여 명의 인력과 850여 대의 장비를 투입해 고립마을 진입로 확보 등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설물 피해는 이날 아침 8시 기준으로 비닐하우스 24동, 축산시설 15동, 기타 4동 등 강릉과 고성 등 7개 시·군 총 45개 동, 피해 금액은 6억 2천여만 원으로 중간 집계됐다.
그러나 오늘부터 피해 조사가 본격화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영동에 2∼7㎝의 눈의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정장근 예보관은 "영동에 매우 많은 눈이 내려 쌓인 곳이 있으니 비닐하우스와 주택 지붕 등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내린 눈이 얼어 도로면이 미끄러운 곳도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이날 아침 7시를 기해 속초·고성·양양·인제 등 4개 시·군에 내려졌던 대설주의보는 해제됐으나, 강릉·홍천·평창·태백·정선·동해·삼척 등 7개 시·군에는 여전히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또 태백, 속초·고성·양양·홍천·양구·인제·평창·강릉·동해·삼척·정선 산간 등 12개 시·군에는 한파주의보가, 동해 중부 모든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