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스벤 크라머 페이스북)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m 이승훈(26, 대한항공)과 500m 모태범(25, 대한항공)은 한국 선수단이 기대했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메달 후보였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이승훈은 은메달, 모태범은 금메달을 각각 땄던 종목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벽이 너무 높았다.
5,000m는 세계 최강' 스벤 크라머(6분10초76)를 비롯해 얀 블로크후이센(6분15초71), 요리트 베르그스마(6분16초66) 등 네덜란드 선수들이 메달을 싹쓸이했다. 이승훈은 6분25초61의 기록으로 12위에 그쳤다.
500m 역시 시상대를 네덜란드 선수들이 점령했다. 모태범은 69초69로 밴쿠버 대회 기록을 앞당겼지만 4위를 기록했다. 미헐 뮐더르(네덜란드·69초312)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얀 스메이컨스(69초324), 로날트 뮐더르(69초46)가 2~3위를 차지했다. 모태범이 못한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가 너무 잘 한 셈이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이다. 일단 1982년 국제빙상연맹(ISU)의 역사가 시작된 나라가 바로 네덜란드다..
특히 네덜란드에는 수면이 15cm 이상 얼었을 때 12개 도시, 200km 이상을 스케이트로 완주하는 이른바 스케이트 마라톤(elfstedentocht)이 펼쳐진다. 물론 얼음이 제대로 얼었을 때만 열리는 탓에 매년 개최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 대회에는 특별한 완주 부상도 없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 대회 개최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대회가 열렸다하면 수만명이 참가 신청서를 낸다.
한 마디로 일상 생활에서 스케이트를 접하기 쉬운 나라, 즉 스케이트에 대한 저변이 넓다는 의미다.
덕분에 역대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7개(소치 제외)의 금메달을 따 미국(29개), 러시아(27개), 노르웨이(25개) 등과 함께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장거리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소치 올림픽에서는 단순히 힘을 앞세운 스케이팅이 아니라 기술도 접목했다. 덕분에 단거리마저 석권했다. 역대 동계올림픽을 통틀어 한 나라가 두 종목 메달을 싹쓸이한 것은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처음.
물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빙속 여제' 이상화(25, 서울시청)의 여자 500m와 1,000m, 이승훈의 1만m, 모태범의 1,000m, 그리고 남녀 팀 추월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