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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 미스터리' 컨디션 최고였는데 왜 '노 메달'이었을까

스포츠일반

    '모태범 미스터리' 컨디션 최고였는데 왜 '노 메달'이었을까

    • 2014-02-13 06:00
    '평창에서 설욕할래요' 모태범은 13일 소치올림픽 빙속 남자 1000m에서 12위라는 예상 밖의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은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모습.(소치=임종률 기자)

     

    기대가 컸다. 본인은 의욕에 불탔고, 코칭스태프는 쾌조의 컨디션을 믿었다.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간판 모태범(25, 대한항공)은 13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끝난 '2014 소치올림픽' 남자 1000m에서 1분09초37로 12위에 머물렀다.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게다가 모태범은 올 시즌 1000m 월드컵 랭킹 4위였고, 지난해 올림픽 전 마지막이던 독일 베를린 월드컵에서 1분09초50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본인도 1000m에 대한 의욕이 넘쳤다. 전날 훈련을 마친 뒤 모태범은 "이번에는 1000m 운동을 진짜 많이 했다"면서 "내일은 그걸 한번에 몰아서 힘을 쓸 수 있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케빈 크로켓 대표팀 코치도 지난 8일 모태범에 대해 "네덜란드 전지훈련과 소치 현지에서도 최고의 컨디션"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500m 노 메달 여파-코스의 불리함도 작용

    하지만 모태범은 10일 500m 4위에 이어 1000m에서도 노 메달에 머물렀다. 본인도 경기 후 "오늘 컨디션으로는 최선을 다한 레이스였다"면서 "그동안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안 되니까 너무 화가 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단 500m의 여파가 있었다. 밴쿠버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은 올 시즌 월드컵 랭킹 1위로서 메달이 기대됐지만 4위에 머물렀다. 우승자 미헐 뮐더르 등 네덜란드 3인방에 밀렸다. 본인도 충격에 경기 후 인터뷰를 사양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모태범은 "500m 영향이 없지는 않았다"면서 "기분이 가라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흥을 내려 했는데 이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편성의 불운도 작용했다. 밴쿠버올림픽 사령탑을 맡았던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현지에서 취재진에게 "모태범은 초반 기세가 좋아 인코스에서 타야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모태범은 19조 아웃코스에 배정돼 브라이언 핸슨(미국)과 함께 레이스했다. 곡선 주로가 길어 인코스 선수보다 앞에서 출발한 모태범은 시야에 경쟁자 없이 레이스를 해야 했다. 초반에 치고 나갈 힘을 잃은 것이다.

    모태범은 "같은 단거리 선수가 앞에서 달리면 기록 단축이 됐을 것이지만 아쉽게 혼자서 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핸슨은 이번 대회 500m 33위에 머문 중단거리 선수다. 이날 경기의 중계 해설을 맡았던 김 전무도 "200m와 600m까지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시 절감한 빙상 왕국 네덜란드

    무엇보다 빙상 강국 네덜란드의 강세가 워낙 강했다.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얼음 최강국의 위상을 절감해야 했다.

    이날 1000m 우승자는 1분08초39에 끊은 스테판 흐로타위스였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8위, 밴쿠버 대회 5위였던 선수다. 33살의 나이에 올림픽을 제패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올 시즌 월드컵 랭킹도 17위에 불과했던 어쩌면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이외도 네덜란드는 500m를 제패한 미헐 뮐더르도 동메달을 차지했다.

    500m에서도 모태범은 네덜란드 3인방에 밀렸다. 뮐더르 쌍둥이 미헐(금), 로날트(동), 얀 스메이컨스(은)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남자 5000m의 이승훈(26, 대한항공) 역시 최강 스벤 크라머 등 네덜란드 3인방에 밀려 노 메달에 머물렀다.

    언제 누가 나올지 모르는 올림픽이라는 사실도 절감했다. 이날 1000m에서는 올림픽 2연패를 일구고 올 시즌 월드컵 7번 우승한 최강자 샤니 데이비스(미국)도 8위에 머물렀다. 방심하면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는 무한 경쟁의 무대다.

    모태범은 "역시 네덜란드는 선수층이 넓어 경쟁하면서 훈련을 가능하다"면서 "우리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적은 가운데 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은 정말 누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면서 "4년 뒤 올림픽을 위해 노하우를 배웠다"고 말했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모태범은 열심히 준비했고 실전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경쟁자들은 더 앞서 있었다. 4년 뒤 평창에서는 그 반대의 결과를 기대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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