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옥경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승희 선수 어머니)
어제 밤 여자 쇼트트랙 500m, 박승희 선수 결승전 보셨습니까? 예선부터 시종일관 최상의 컨디션으로 결승까지 올라갔습니다. 결승에서도 역시 출발과 함께 선두를 치고 나갔는데, 그런데 바로 뒤따라오던 영국 선수가 이탈리아 선수하고 엉키면서 그에 밀려서 우리 박승희 선수도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서 끝까지 질주는 했지만 결과는 동메달. 물론 그 역시 값진 메달입니다만, 박승희 선수로서는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박승희 선수의 어머님 이옥경 씨를 직접 연결해 보죠. 어머님, 안녕하세요?
◆ 이옥경>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값진 동메달 축하드립니다.
◆ 이옥경> 감사합니다.
◇ 김현정> 박승희 선수하고는 통화하셨어요?
◆ 이옥경> 네, 어제 밤에 늦게 (통화)했어요.
◇ 김현정> 뭐라고 하던가요?
◆ 이옥경> 괜찮다고, ‘나 잘했지?'라고 먼저 물어보던데요.
◇ 김현정> 엄마, 나 잘했지?
◆ 이옥경> 네. 그래서 잘했다고, 예쁘다고, 기특하다고 그랬어요.
◇ 김현정> 속상하다고는 안 해요?
◆ 이옥경> 그렇게 얘기는 안 해요, 승희라는 아이가. 속상할 거예요, 아마. 그런데 엄마한테 그런 얘기는 안 해요. 씩씩하거든요. 저도 그에 맞게 씩씩하게 대해줘야 되고.
◇ 김현정> 저는 결승전 보면서 박승희 선수 밀려서 넘어지는 것 보면서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났어요, 실제로.
◆ 이옥경> 정말 너무 속상했어요. 머리가 하얘지고.
◇ 김현정> 어머님 안 우셨어요?
◆ 이옥경> 울컥했죠. 왜냐하면 그 전에 또 세영이까지 계주시합이 그랬고(결승 진출 실패). 그래서 어제 눈물이 좀 나더라고요. 세영이도 울었을 것 같아요.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박승희.(소치=대한체육회)
◇ 김현정> 그 (상대)선수에 밀려서 넘어졌는데, 악착같이 다시 일어났는데 그만 또 한 번 스케이트 날이 걸리면서 앞으로 확 고꾸라지고 맙니다.
◆ 이옥경> 그때 무릎이 안 좋아진 것 같아요, 두 번째 넘어지면서. 그래서 아마 지금 1500m를 기권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때 무릎 다쳐서 지금 1,500m를 기권해야 되는 상황이군요?
◆ 이옥경> 네. 계주시합이 있어서 괜히 1500m 무리했다가 계주 또 그럴까 봐서. 그거 생각해서 아마 1500m는 무리 안 하는 걸로 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마음이 아파서 어떡합니까.
◆ 이옥경> 그러니까요. 저도 동메달까지는 너무 좋았는데, 시합에 또 지장이 있으니까 그게 너무 또 속상하네요.
◇ 김현정> 어제 그 불운을 겪으면서도 악착같이, 끝까지 뛰어서 동메달 목에 건 박승희 선수, 어떤 딸입니까?
◆ 이옥경> 보신 대로 기특하죠. 자랑스럽고. 정말 시상식 때 봐도 금메달 딴 아이 같아요. 너무 좋아하고, 성격이... 그래서 제가 더 고맙기도 하지만 더 마음으로 짠하고 안쓰럽기도 해요.
◇ 김현정> 그런데 저는 어머님도 참 대단하시다 싶은 것이, 남자 쇼트트랙의 박세영 선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박승주 선수, 우리 박승희 선수 다 어머님 자식들이라면서요?
◆ 이옥경> 네.
◇ 김현정> 어떻게 삼남매를 다 소치로 보내셨어요?
◆ 이옥경> 저한테 그런 행운이 올 줄 몰랐죠, 물론 꿈이었어요. 기왕이면 셋이 한 번 올림픽 나가보는 게 너무 좋겠다는 게 막연한 꿈이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져서 너무 좋아요.
◇ 김현정> 그 삼남매, 보고 있으면 얼마나 뿌듯하실까요.
◆ 이옥경> 좋죠. 승희가 또 500m 메달까지, 우리나라 500m 같은 경우는 메달이 힘드니까, 그 부분이 너무 좋아요.
◇ 김현정> 16년만의 첫 메달이거든요, 500m에서.
◆ 이옥경> 금이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래도) 너무 잘했어요, 정말.
◇ 김현정> 어머님, 그 삼남매 뛰고 있는 거 보고 있으시면, 밥 안 드셔도 배부르실 것 같아요.
◆ 이옥경> 네. 그리고 시합 때는 제가 거의 못 먹어요. 못 먹고, 긴장하고. 내가 아이들 저렇게 시합 뛰는데 뭔가를 먹는다는 게 미안하고 그렇거든요.
◇ 김현정> 어떻게 하다가 삼남매가 모두 다 스케이트를 타게 됐습니까?
◆ 이옥경> 세 아이가 초등학교를 같은 곳을 다녔는데, 거기에 빙상부가 있었어요. 특별활동으로 그냥 빙상부에 넣은 건데,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고 또 선생님도 보시기에 재능도 있고 하니까 그렇게 연결이 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선수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 김현정> 그런데 우리 어머님이 그렇게 세 아이들을 다 빙상을 시키고 난 후에 학교 빙상장, 또다시 학교 가서 한 명 또 데리고 빙상장으로 가고. 학교, 빙상장, 학교, 빙상장 이러셨다면서요?
◆ 이옥경> 저 친구들 다 떨어져 나갔어요. 그런데 모든 부모들이 다 그래요, 아이한테 매달려 있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빙상의 특성상 픽업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운동을 학교 시간 빼고 새벽하고 밤에 해야 되니까, 모두가 다 그렇게 하고 있죠.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딴 박승희 선수(소치=임종률 기자)
◇ 김현정> 그런데 몸만 힘든 게 아니라 운동선수 뒷바라지라는 게 하나도 아니고 셋이면, 물질적으로 돈도 많이 들지 않으셨어요?
◆ 이옥경> 제일 그게 힘든 부분이에요, 금전적인 부분이. 세 아이한테 많이 미안했던 부분도 많고, 제대로 못해 준 부분. 세 아이가 갑자기 장비를 사게 될 때는 일단 한 아이가 양보를 해야 되는, 그런 것들이 마음이 많이 아팠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언니가 스케이트 사면 동생이 양보해야 되고, 다음에 언니가 내가 양보할게 이렇게?
◆ 이옥경> 동생이 1년 참아줘야 되고 이런 거 있죠.
◇ 김현정> 그걸 어떻게 유지하셨어요? 제가 알기로는 돈이 굉장히 많이 드는 스포츠인데요.
◆ 이옥경> 세영이 같은 경우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거의 중고(스케이트)만 신었어요, 다른 아이들 신었던 것. 그런 식으로 거의 완전 저렴하게. 승주 같은 경우는 스피드스케이트를 타고 시즌이 아닐 때는 쇼트를 타거든요. 그 (승주) 쇼트신발 같은 경우 거의 8, 9년 정도 같은 신발 신었죠. 물론 스피드스케이트가 아니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그런 장비 부분이, 그리고 이제 픽업을 하다 보니까 길바닥에 뿌리는 그런 돈들, 기름값부터 시작해서 그게 참 많이 들었어요.
◇ 김현정> 그럼 어머니 대출도 받고 집도 팔고 뿌리가 흔들흔들 하셨겠어요?
◆ 이옥경> 지금 마이너스를 조금씩 조금씩 줄여가고 있죠. 왜냐하면 지금은 이제 들어갈 일이 별로 없으니까.
◇ 김현정> 마이너스 통장으로.
◆ 이옥경> 지금 하나씩하나씩 마이너스 지워가고 있어요.
◇ 김현정> 이런 어머님이 계셨으니까 쇼트, 스피드, 빙상 삼남매가 자랑스럽게 탄생한 건데요. 보니까 우리 박승희 선수 남자친구도 쇼트트랙 이한빈 선수네요?
◆ 이옥경> 그러니까요. 그렇다고 하네요. (웃음)
◇ 김현정> 마음에 드십니까, 우리 이한빈 선수는?
◆ 이옥경> 승희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운동을 했었기 때문에 워낙 오래 전부터 알고 있죠. 서로가 예전부터 집도 놀러다니고, 그래서 친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나이는 어리니까 결혼이나 이런 것까지 아직 생각하는 건 아니시죠?
◆ 이옥경> 아직은 나이가.
◇ 김현정> 그래도 같이 있으니까 의지가 되겠어요...
◆ 이옥경> 지금 (소치)올림픽 갔을 경우에는 정말 많이 마음이 편했죠. 형제도 있고, 남자친구도 있고. 밴쿠버(올림픽) 때는 혼자 보내서 많이 그랬거든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거기서 제가 아니어도 의지할 사람들이 많으니까, 제가 밴쿠버 때보다는 마음이 조금 놓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