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에는 달라져야죠' 여자 컬링 대표팀 정영섭 감독과 스킵 김지선, 최민석 코치(왼쪽부터)가 16일(한국 시각) 소치올림픽 덴마크와 예선에서 아쉽게 지면서 4강 진출이 무산됐지만 평창 대회를 기약하며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소치=임종률 기자)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소치올림픽 4강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다.
스킵(주장) 김지선(27)과 이슬비(26),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 이상 경기도청) 등 대표팀은 16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열린 덴마크와 예선에서 3-7로 졌다.
2승5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도 4승에 그쳐 4강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4강행을 확정한 캐나다를 비롯해 스웨덴(5승)의 진출이 유력한 가운데 4승을 거둔 팀도 중국, 영국, 스위스 등 세 팀이나 된다.
경기 후 이슬비, 신미성, 김은지 등 선수들은 힘이 빠진 표정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 나갔다. 엄민지는 눈물을 한바탕 쏟은 얼굴이었다.
주장 김지선 역시 목표했던 4강 진출 실패의 아쉬움이 남았다. 김지선은 "강팀은 강팀이고 우리보다는 세계적인 팀들이 준비 시간도 길고 투자도 많았다"면서 "실력보다 욕심 살짝 부렸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 선수단은 여자 컬링에서 동메달을 기대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컬링에 대한 인기와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랬던 만큼 실망도 적잖았다. 김지선은 "아무래도 (4강 진출의 분수령이던) 이 경기를 이겼으면 기분이 좋았을 텐데 지다 보니 다들 선수들이 지친 것 같다"면서 "아직까지는 눈물을 참고 있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첫 올림픽인 소치 대회에서 선전을 펼친 여자 컬링 대표팀. 왼쪽부터 이슬비와 김지선, 엄민지.(소치=대한체육회)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김지선은 "아쉽지만 이걸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결과를 인정하고 실력을 키워서 다음에는 꼭 제대로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세계와의 격차를 확인한 것도 수확이다. 김지선은 "강팀이라 못 하겠다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 "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차이가 나긴 나지지만 지금은 (종이) 한 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첫 출전이다 보니 가장 중요한 건 결과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그런 마음이라도 지키고 이런 것을 발판 삼아 발돋움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팬들의 성원에 대해서는 "끝까지 많은 응원해줬는데 보답을, 정말 아쉽게도 좋은 성적을 못 내서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곧이어 "하지만 이제 컬링 역사의 시작이다. 앞으로 많은 응원해주면 다음 번에는 최선을 다해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영섭 감독은 "제대로 된 경기장만 있더라면"하는 아쉬움을 쏟아냈다. 정 감독은 "국내 얼음판에서는 돌이 곧게 뻗기만 하는데 말 그대로 컬링(Curling)이라는 종목은 휘어 가는 얼음판이 필요하다"면서 "훈련도 훈련이지만 제대로 된 얼음과 깎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민석 코치는 "세계의 벽은 높았다"면서 "남은 2경기에서 이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것"이라고 대회를 결산했다. 컬링 대표팀은 현지 시각으로 17일 오전 9시 미국, 오후 7시 캐나다와 예선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