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 지역에 기상관측 이래 역대최장기간인 9일 동안 1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면서 피해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복구작업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17일부터 동해안과 산간지역에 또 다시 많은 눈이 예보돼 추가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동해안 지역에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 지난 16일 제설차량들이 휴일도 잊은 채 도로가에 산더미처럼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 주말·휴일 제설·복구작업 '안간힘'기록적인 폭설이 지나간 동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주말과 휴일은 없었다.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 각 시·군과 주민들은 하루빨리 도심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주말과 휴일을 반납한 채 가용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했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휴일인 지난 16일 하루 동안 1천570여대의 장비와 5만1천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눈과의 사투를 벌였다.
이날까지 연인원 39만4천6백여 명의 인력과 1만7천8백여대의 중장비가 투입됐지만, 기록적인 폭설로 인한 눈의 양이 워낙 많아 한 꺼번에 눈을 치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속도로를 비롯해 국도와 지방도, 마을 안길과 농어촌도로 등 도로에 대한 제설작업은 83.2%의 진척을 보이며 시내버스 단축운행 구간은 2개 시·군 5개 노선으로 감소했고, 고립마을도 이제는 2개 마을로 줄었다.
하지만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도로 등지에 쌓인 눈을 치울 장소가 부족한데다 여전히 부족한 인력과 장비 등으로 제설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도와 각 시군은 17일에도 1천5백여 대의 장비와 4만5천여 명의 인력을 곳곳에 투입해 시가지 이면도로와 농어촌도로, 마을 안길 등을 중심으로 제설·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동해안 지역에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지면서 강릉지역의 한 비닐하우스가 눈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붕괴됐다.
◈ 피해 '눈덩이' 피해액 100억원 넘어…인명사고도 속출동해안 8개 시·군의 폭설 피해규모는 17일 오전 7시까지 공공·사유시설 등 모두 6백48개소 1백억여 원으로 늘어났다.
시설별로는 비닐하우스가 373동으로 가장 많고, 축사 시설 119동, 임업 시설 21동, 학교시설 4곳 등이다.
각 시·군별로 피해 조사가 본격화하면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으로 일각에서는 수백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낮 오후 1시 40분쯤 양양군 현북면 장리 인근 산간마을에서 제설작업 중이던 최모(59)씨가 멧돼지에게 다리를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씨는주민 5명과 함께 주택 지붕의 제설 작업을 끝내고 이동하다 눈길에서 마주친 멧돼지에게 공격을 당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항공대 헬기에 의해 강릉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4시 30분쯤 고성군 거진읍 산북리에서 최모(66)씨의 집에서 폭설로 고립된 이후 가족과 연락이 끊낀 최씨 등 2명이 숨져 있는 것을 군인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는 등 인명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4일 동해안 지역에 역대 최장기간인 9일 동안 폭설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차량운행을 포기한 채 걸어서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 영동지역 또 눈 소식…주민들 "이번에는 제발 오보였으면…"
17일 낮부터 강원 동해안과 산간지역에 또 다시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를 기해 동해안 6개 시·군과 산간 등 12개 시·군에 대설예비특보를 내렸다.
18일 밤까지 예상적설량은 10~20cm며, 많은 곳은 30cm 이상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설과 복구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시 눈 소식이 이어지면서 동해안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채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
주민 이성만(79·강릉시 교동)씨는 "이제는 눈이 와도 더 이상 치울 힘도 남아 있지 않다"며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눈이 자주오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