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수서발 KTX에 이어 인천공항철도의 민영화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코레일이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이행계획’을 통해 인천공항철도의 소유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레일 내부적으로도 인천공항철도 매각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제2의 수서발 KTX 사태로 비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코레일 “인천공항철도를 매각해서 부채 갚겠다”코레일은 현재 부채가 17조6,000억원에 달한다. 부실 경영의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지목받아 왔다.
코레일은 부채 해결을 위해 올 연말까지 인천공항철도 지분 88.8%를 1조8,0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기획재정부에 보고했다. 이를통해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관계자는 “투자 대비 수익률이 10% 가까이 나오고 있다“며 ”운영 상태가 그나마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배후설을 제기 했다.
◈ 인천공항철도 매각...국토부와 코레일 사전 협의 결정이같은 배후설에는 국토교통부가 있다. 코레일은 이번 정상화 방안을 기재부에 제출하기에 앞서 국토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 매각과 관련해 기재부에 보고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와 내용 등을 협의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매각 계획과 일정 등은 코레일이 알아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코레일이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하면 인천공항철도 실시협약서에는 5% 이상 지분변경이 있을 경우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또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민자 협약에 따라 지분변경이 이뤄질 경우에는 당연히 정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 시나리오 설..'코레일 매입→공공기관 지정 유보→MRG 축소→재매각'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국토부는 지난 2009년 9월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 지분을 인수한 뒤 4년이 지나도록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하며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는 애시당초 정부가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에서 민간자본으로 넘기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추정이 가능해진다.
이 기간동안 인천공항철도의 이용객은 1만3천명에서 13만명으로 늘어나고 투자 대비 수익률도 10% 가까이 높아지는 등 경영 상태가 좋아졌다.
이렇게 되자 국토부는 마치 M&A 전문가들이 그러하듯이 인천공항철도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를 최대한 낮춰 민간에 재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MRG는 정부를 대신해 국가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MRG 비율이 90%라고 하는 것은 당초 100억원의 적정 수입을 예상했는데 10억원에 그쳤다면 차액 90억원 가운데 90%인 81억원을 정부가 대신 지원하는 것이다.
이 같은 MRG 비율은 인천공항철도가 개통된 지난 2007년 3월 당시에는 현대건설과 대림, 포스코 등 민간 사업자로 구성된 인천공항철도(주)에 90%를 적용했지만, 코레일이 2009년 9월 인수한 뒤에는 코레일공항철도(주)에 평균 58%로 크게 낮췄다.
국토부 관계자는 “MRG 비율을 또다시 낮추어도 국내 대기업이든 아니면 외국 자본이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인수하든 공항철도 매각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구체적인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 인천공항철도 민간 매각...‘요금 인상’ 불가피 전망국토부는 MRG가 결국 국민들의 혈세인 만큼 언제까지 정부가 부담할 수는 없고 비율을 최대한 낮춰 민간 사업자에게 재매각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공항철도(주)는 2012년 영업이익이 1,508억원이 발생했으나 정부의 MRG 보조금 2,750억원이 반영된 것으로 실제 영업손실은 1,242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천공항철도가 요금할인과 이자, 관리비 증가 등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MRG 비율을 낮출 경우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국토부의 계획대로 인천공항철도의 MRG 비율을 최대한 낮춰 재매각할 경우 손실이 불을 보듯 뻔한데, 과연 어느 기업이 매입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연구위원은 “국토부가 혈세를 줄이겠다며 MRG 비율을 최대한 낮춰서 매각하겠다고 주장하지만,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운영 수익을 내기 위해선 결국 요금을 올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정부의 주장은 공공서비스를 아예 포기하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며 “앞에서는 국민 혈세를 줄이겠다며 사실 뒤에서는 국민 호주머니를 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국토부가 수서발 KTX에 이어 인천공항철도마저 코레일이 아닌 별도의 운영자에게 맡기겠다고 나선 것은 철도산업 자체를 분리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신광호 철도운영과장은 “코레일이 최대 주주가 됐지만 운영은 기존의 공항철도 주식회사가 계속해 맡아왔다”며 “경영과 자본이 완전 분리된 만큼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 사업체로 민영화 논란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