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 (윤성호 기자)
무상급식 확대약속을 파기했던 홍준표 지사가 비판이 계속되자,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생색내기용' 대책을 발표했다.
경상남도는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무상급식비 165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예산은 이미 도의회에서 무상급식비로 통과된 예산으로, 지난 2010년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이 합의한 '무상급식 로드맵'에 비춰보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무상급식 확대약속을 파기한 것은 변함이 없다.
◈ 홍준표 공약 파기로 경남도·시군 약 300억 원 삭감지난 2010년 김두관 전 지사와 고영진 교육감은 2014년도까지 도내 전 초·중학교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급식비 가운데 식품비를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경남교육청과 경남도, 18개 시군이 30%, 30%, 40%씩 분담하기로 약속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올해 경남교육청은 493억 원, 경남도 493억 원, 18개 시군은 658억 원을 분담해 모두 1,644억 원의 재원이 마련됐어야 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지난 보궐선거 당시에도, 취임한 뒤에도 무상급식 확대 약속을 했지만 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분담률을 조정해야 한다며 약속을 파기했다.
그래놓고 "공약집에는 없었다"느니 "김두관 전 지사가 한 약속이니 김 전 지사에게 따져라"고 말했다.
도는 경남교육청 50%, 경남도 20%, 18개 시군 30%라는 분담률을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즉, 경남도와 18개 시군이 10%씩 줄인 예산은 도교육청이 알아서 분담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남교육청은 정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등 재정 여건상 추가 부담은 어려운 상태여서 당초 계획된 30%인 493억 원만 확보했다.
경남도와 시·군도 식품비 분담률을 10%씩 삭감한 822억 원을 확보했고, 이같은 예산은 도의회를 통과했다.
당초 1,644억 원을 마련해 모든 초중학생 등 37만 5천여명(전체 83%)에 대한 무상급식을 실현하려 했지만, 1,315억 원만 확보되면서 7만여 명이 제외된 28만 9천여명(64%)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
이는 지난해 수준(30만 5천여명)보다도 3% 감소한 것이다.
◈ "경남도 추가 삭감"…학교 현장 반발그런데 경남도는 최근 도교육청이 낸 예산만큼만 무상급식비를 지원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도교육청과 매칭펀드로 같은 예산만 내겠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혜택 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여 501억 원을 내기로 했고, 경남도는 500억 원을 반영키로 했다.
이대로라면 전체 무상급식비는 1,315억 원에서 1,001억 원으로 줄게돼 기존 혜택을 받던 학생 7만여명의 급식마저 중단된다.
경남도의 방침은 일선 학교 현장의 반발을 불러왔다.
경남 지역 읍면 지역 중고교 교장들은 무상급식 예산에 삭감에 반발하며 학부모들에게 진상을 알릴 계획을 세우는 등 경남도와 시군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 "이미 확보된 예산 주면서 생색"이같은 압박이 계속되자 도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비 165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도는 "이렇게 되면, 도교육청 493억 원과 지방비 822억 원을 포함해 모두 1,315억 원이 확보돼 지난해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이 예산은 무상급식비로 확보된 예산이다.
그래놓고 "도의 무상급식 확대 의지는 확고하다", "무상급식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무상급식 공약파기는 변함이 없다.
도의회에서 통과한 예산을 더 이상 깎지는 않겠다는 것을 추가지원하겠다는 말로 바꿔 '생색'을 낸 것이다.
당초 로드맵에 따르면 여전히 7만여 명의 학생이 무상급식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결국, 선거를 목전에 둔 홍 지사가 반발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도민을 현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내 경쟁자인 박완수 예비후보(전 창원시장)는 "홍준표 지사가 또 다시 말바꾸기를 한 것"이라며 "교육청과 시군간에 사전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갑자기 또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전임 도지사의 약속은 지켜야 하며, 지키지 못할 상황이라면, 도교육청과 시군과 함께 다시 협의해서 무상급식 분담률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