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의 8개 계열사를 내다파는 1·2차 민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2개 계열사의 매각 협상이 곧 타결된다.
그러나 민영화의 핵심인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는 애초 쟁점이 됐던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가격이, 경남·광주은행 매각은 세금 문제가 막판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파이낸셜·우리자산운용의 매각 협상이 합의에 이르러 조만간 '딜 클로징(deal closing·협상 타결)'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파이낸셜은 KB금융그룹이,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자산운용이 지난해 말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진 바 있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과 자산운용의 가격 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며 "이르면 이번 주 중 딜 클로징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두 회사의 매매 가격은 입찰가로 제시된 3천억원과 900억원 안팎에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20일, KB금융은 21일 각각 열리는 이사회에서 매매계약을 확정하고 주식매매계약을 맺는다.
이로써 우리금융 1·2차 민영화 대상 8개 계열사 가운데 2개 계열사의 매각이 가장 먼저 완료된다.
나머지 6개 계열사는 우투증권 패키지에 포함된 우투증권·저축은행·생명보험과 우리F&I, 경남은행·광주은행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1조원을 넘는 대규모 매물인 우투증권 패키지다. 패키지 우선협상대상자는 농협금융지주다.
농협금융은 지난 17일 우리금융에 보낸 '가격조정 제안서'에서 패키지 내 3개 계열사의 매수가격을 애초 제시했던 입찰가보다 큰 폭으로 깎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금융 PMI(기업인수 후 조직통합) 추진단 관계자는 "예비실사 때 보지 못한 자료와 이후 달라진 재무상태를 중점 점검해 조정 요인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특히 3개 계열사 가운데 저축은행의 가격 인하 요인이 크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의 저축은행 입찰가는 500억원 가량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가격조정 요청에 대한 답변을 조속히 주기를 촉구한다"며 "실사 결과에 대한 근거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금융은 그러나 농협금융의 가격 인하 요청에 난감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축은행의 매각 가격은 입찰가보다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저축은행을 장부가보다 훨씬 낮게 팔게 돼 장부상 손실이 발생한 데다 매각 가격에 대한 우리금융 이사회의 불만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전체 딜을 보고) '통큰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며 "조금만 마음을 다르게 먹으면 딜이 빨리 잘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위원회가 물밑 중재에 나서야 풀릴 수 있을 정도로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의 견해차가 워낙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 우리 F&I도 우선협상대상자인 대신증권[003540]이 우리금융 측에 큰 폭의 가격 인하를 요구, 아직 협상이 교착 상태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인 BS금융지주[138930]와 JB금융지주[175330]의 실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세금 문제가 결정적인 변수다.
이들 두 지방은행을 분할하면서 동시에 매각하는 탓에 우리금융이 물어야 하는 6천500억원의 이연 법인세를 면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관건이다.
국회는 오는 20일 조특법 개정을 다룰 예정이나, '지역사회 환원'을 고집해 온 경남과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조특법 개정이 무산될 경우 지방은행 분할을 철회할 수 있도록 분할계획서까지 바꾼 상태여서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