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한국 시각)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르며 올림픽 2연패 가능성을 높인 김연아.(자료사진=송은석 기자)
김연아(24)가 '피겨 여왕'의 화려한 대관식을 위한 첫 걸음을 산뜻하게 뗐다. 여왕의 완벽한 연기에 러시아 신예도, 일본 아사다 마오도 고개를 숙였다.
김연아는 20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한 연기로 74.92점을 받았다. 개최국의 이점을 업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74.64점)를 제치고 1위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기술 점수(TES) 39.03점, 예술 점수(PCS) 35.89점을 얻었다. 가산점(GOE)은 7.60점이었다. 자신이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세운 역대 최고점(78.50점)에는 다소 못 미쳤다. 올 시즌 최고점인 아사다 마오(일본)의 73.18점을 넘어선 무결점 연기였다.
이번 대회 김연아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던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는 65.23점, 5위에 머물렀다. 트리플 플립 점프 이후 착지하면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1점이 깎였다.
밴쿠버 대회 때 김연아에 밀렸던 일본 아사다 마오(24)도 역시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트리플 플립도 역시 구사하지 못했다. 아사다는 55.51점에 그쳐 16위까지 떨어졌다.
올리브 그린 드레스를 입은 김연아는 전체 30명 출전 선수 중 17번째 3조 5번으로 나섰다. 관중의 박수 속에 입장한 김연아는 경기 전 3회전 점프를 시도하다 살짝 중심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장내 아나운서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고 관중의 환호가 쏟아지자 곧 안정을 찾고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애잔한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첫 과제이자 전매특허인 트리플 러츠-토루프 연속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산뜻한 출발을 예고했다. 이어진 트리플 플립까지 깔끔하게 해낸 김연아는 이른바 '연아 스핀'으로 불리는 플라잉 카멜 스핀의 우아함까지 선보였다.
이어서 더블 악셀 점프를 뛴 뒤 레이백 스핀까지 소화한 김연아는 거침없이 스텝 시퀀스에 이어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2분50초 환상적인 시간이 끝나자 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찼고, 얼음판에는 팬들의 선물이 쏟아졌다.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후련한 표정으로 관중의 환호에 화답했다.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신혜숙, 류종현 코치와 긴장된 표정으로 점수를 확인한 김연아는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김연아 키즈'들도 프리스케이팅에 나란히 진출했다. 2조 5번째로 출전한 김해진(17, 과천고)은 기술점수(TES) 29.23점, 예술점수(PCS) 25.14점 등 54.37점으로 상위 24명이 나서는 프리스케이팅 진출을 확정했다.
1조에서 두 번째로 나선 박소연(17, 신목고)은 기술 점수(TES) 25.35점, 예술 점수(PCS) 23.79점으로 49.14점을 받아 24명 안에 포함됐다.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21일 0시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