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테러 현장이 계속 떠올라 뒤척이다 새벽에야 잠들었어요"
성지 순례 중 이집트에서 폭탄 테러를 당했던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의 피해자들은 19일 귀국해 꿈에 그리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끔찍했던 테러 현장의 기억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여전히 테러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유인숙(52·여)씨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도 끔찍하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이런 말을 하다 보면 자꾸 (테러 현장이) 생각이 나서…"라며 연신 눈물을 흘리느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유씨는 "돌아가신 김홍열 권사님, 가이드, 다치신 분들도 그렇고… 그 와중에서 살아온 것이 죄스럽고 감사하기도 하다"며 "남편도 그렇고, 나도 폭탄이 터졌을 때 났던 소리 때문에 아직도 귀가 먹먹해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금주(51·여)씨도 "(사고 당시) 처음에 '펑' 소리가 났을 때는 상황을 제대로 몰랐는데, 곧바로 총소리가 이어지면서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때의 공포는 말로 표현할수 없다"며 "사고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다.
김씨는 "사고 인근 병원에서도 사람들이 총을 들고 다녀 불안에 떨었다"며 "테러를 당했을 때 겪었던 끔찍한 상황을 이겨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귀국자들을 대표해 기자를 만난 임정순(50·여)씨 역시 "사고 직후 다친 사람을 응급치료하면서 숨진 사람들을 봤는데 너무 처참했다"며 "잠자리에 들면 이분들이 자꾸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리다 잠이 들었다"고 트라우마 증세를 호소했다.
임씨는 "돌아가신 분들은 여행 중에 친절하게 잘 대해줬고, 많은 교감도 나눴다. 이분 들을 생각하면 죄책감 마저 든다"고 말했다.
진천 중앙장로교회 관계자는 "19일 도착한 신도들이 여전히 테러 당시의 기억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며 "상태가 좋지 못한 피해자들은 병원에서 치료 등을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