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당국이 20일(현지시간) 야권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들에게 총기 사용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우크라이나 우니안(UNIAN) 통신 등에 따르면 비탈리 자하르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경찰들에게 전투무기를 지급하고 이를 경찰법에 따라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 내무부, 경찰에 총기 사용 허가 = 경찰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 시민 보호를 위해서나 경호하는 시설물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고 그에 대한 통제를 회복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을 공격하는 시위대를 향해서도 총기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자하르첸코는 "오늘 무기를 갖지 않은 경찰들에 대한 표적 사격이 시작됐다"며 "길거리에서는 경찰뿐만 아니라 무고한 시민들도 죽어가고 있고 키예프와 지방 도시들에서는 관공서 피격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총기 사용 허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과격 시위대가 법률 준수에 대한 정부의 요구를 무시하고 경찰에 대해 무제한적 공격을 시작했으며, 야권 지도자들은 이같은 과격 세력들과 거리를 두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과격 세력이 스스로 무기를 반납하고 평화적 시위의 틀 내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야권 지도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과격 시위대가 총기로 무장하고 경찰에 대한 공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까지 공식적으로 무기 사용을 허가받음으로써 양측 간의 무력 충돌이 내전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아침부터 키예프 시내에서 재개된 야권 과격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로 양측에서 최대 6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주요 야당 지도자들이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 "유혈 충돌 재개로 60명 이상 추가 사망" =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당 '스보보다'(자유당)는 이날 키예프에서 6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들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도 야권 인사들을 인용해 이날 하루 동안만 시내 독립광장과 인근 지역에서 6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들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인권 담당 특사 발레리야 루트콥스카야는 키예프 시내에서 5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며칠 동안 키예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도시들에서 무시무시한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오늘 하루에만 키예프에서 약 50명이 숨졌다는 정보가 있으며 실제 희생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직접 돌아본 키예프 시내 병원들에도 총상을 입은 부상자 수십명이 입원해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20일 무력 충돌에서 경찰 2명과 시위대 5명 등 7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이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양쪽 사망자가 모두 35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505명으로 집계됐으며 그 가운데 292명이 입원했다고 보건부는 덧붙였다.
유혈 사태가 확산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정국 위기 해법 논의를 위한 비상회의를 개최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키예프를 방문한 폴란드, 독일, 프랑스 외무장관과 위기 해법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