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예프 독립광장이 23일(현지시간) 거대한 추도식장으로 변했다.
반정부 시위 때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광장 주변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달아나고 키예프에 평화가 찾아온 뒤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간이 제단으로 변했다.
수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아 헌화하고 촛불을 켜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발렌티나는 "자유를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왔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일이 평생에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제 최악은 지나갔으니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피의 목요일'에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난 인근 인스티투츠카 거리에서 탄흔 사진을 찍던 필립 사모일렌코는 "영혼을 하늘로 보낸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러 왔다"며 "정부나 의회의 새 인물이 아니라 이들의 죽음이 진정한 변화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마이단'이라고 부르는 독립광장은 지난 3개월간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였다. 시위대 자체를 '마이단' 또는 '유로마이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작년 11월 말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협력협정 체결을 중단하기로 하자 이에 반대하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이곳 독립 광장으로 모였다. 이곳은 2004년 대선 재선거를 이끌어 낸 '오렌지 혁명' 때 시위대가 모인 곳이기도 하다.
이후 시위대는 시청사 등 광장 주변 관공서 건물을 점거하고 바리케이드를 쌓으며 농성을 시작했다.
2달간 사망자 없이 대치하던 광장의 시위 상황은 지난 1월 여당의 집회시위 강력 규제 법안에 반발해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주 초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지원 재개 발표와 야권의 개헌 추진이 맞물리면서 18∼20일 사흘간 82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유혈 참사가 벌어졌다.
이후 21일 대통령과 야권 지도부가 유혈 사태 해결을 위한 타협안에 합의하고 대통령이 수도를 떠나면서 사태는 급속히 야권 중심으로 진전됐다.
군과 경찰도 대통령을 더이상 지지하지 않겠다며 등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