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응징하는 국제 해커, 알고보니…

불법 도박사이트 해킹한 뒤 영업방해 위협, 돈 뜯어낸 해킹조직 적발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해킹한 뒤 사이트 운영자에게 영업방해 위협을 가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김모(23)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일당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불법 도박사이트 21곳을 해킹한 뒤, 사이트 운영자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회원들을 탈퇴시켜 영업을 방해하겠다고 위협해 모두 19차례에 걸쳐 3천백여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고교 선후배 사이인 김 씨 일당은 인터넷에서 알게된 중국 현지 해커와 공모해 도박사이트를 해킹하고는, 경찰기관을 사칭한 문자메시지로 회원들에게 사이트를 탈퇴하면 도박혐의로 처벌되는 것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집단탈퇴와 사이트 폐쇄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국제적인 유명 해커집단을 사칭해 빼돌린 도박회원들의 정보를 누구나 볼수 있도록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려놓는 등의 수법으로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협박했다.

김 씨 등은 자신들을 해커집단 '어나니머스'와 '인젝터팀'의 일원으로, 불법 도박사이트의 운영증거를 찾아 경찰에 고발하는 것 처럼 위장했다.

또 해킹사실에 대한 증거로 도박사이트 회원 2만여 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계좌번호 등을 블로그에 모두 공개했다.

경찰 112 번호를 사칭한 문자로 도박탈퇴 경고를 받은 사이트 회원들은 블로그에 공개된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고 일제히 회원 탈퇴에 나서거나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직접 문의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더라도 수사기관에 신고당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여죄와 유사한 수법의 범죄사례를 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