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역 시대에는 카카오톡처럼 광대역 망을 활용하는 OTT 사업자들이 번창하는 반면 통신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KT[030200]와 같은 통신사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이석채 당시 KT 회장)
지난해 2월 말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이른바 '오버더톱(OTT)' 사업자들에 대한 견제의 시선이 가득했다.
OTT 사업자란 이동통신 등 기본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에서 자체 네트워크 없이 기존의 통신 환경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흔히 우리가 모바일 메신저라고 부르는 카카오톡, 라인, 와츠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모두 OTT로 분류되는 회사다.
이석채 당시 KT 회장은 MWC 공식 키노트 연설에서 "광대역 시대에는 통신의 비중과 가치가 갈수록 작아질 것"이라며 "KT도 아이폰 도입 이후 3년 동안 무선 네트워크에 4조원 이상을 투자했으나 수익은 정체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결국 통신회사가 깔아놓은 망에 OTT가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것이 이 전 회장은 물론이고 MWC의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소속 이통사들의 주된 생각이었다.
특히 해외 이통사들은 당시까지도 음성통화 위주의 사업전략을 펴고 있었기 때문에 OTT 사업자를 제대로 겪지도 못한 상태에서 막연한 두려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MWC는 거꾸로 이통사들의 모임인 GSMA가 OTT 업체에 화해의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세계 최대 SNS 서비스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대표는 물론이고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와츠앱의 얀 쿰 대표까지 초청해 키노트 연설을 했다.
저커버그는 키노트에서 최근 인수한 대표적 OTT인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이 인수 금액으로 밝힌 190억 달러(약 20조3천9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쿰 와츠앱 대표는 한술 더 떠 와츠앱에 음성 통화 기능을 탑재하겠다고도 밝혔다. 이통사의 대표적인 '밥그릇'인 음성 통화 시장에까지 진출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런데도 이통사들은 별다른 우려나 경계, 견제의 눈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1년 사이에 OTT에 대한 인식이 '무임승차자'에서 '동반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석우 카카오톡 대표가 새로운 공유가치 창출을 위해 통신사와 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이 힘을 합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와 올해 MWC 현장에 참석한 한 국내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올해 MWC에서는 OTT에 대한 분위기가 지난해와 다소 다르다"며 "이제는 이통사들이 OTT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사실 이통사들이 OTT의 번창을 처음 지켜보면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며 "통신 시장도 그 사이 음성통화 중심에서 데이터 통화 중심으로 바뀐 것도 이통사들의 인식 전환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