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억울함을 브라질월드컵까지 연관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윤창원기자
"나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억울하지만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을 연결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최근 막 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는 한국 국민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상대로 기억될 것이다. 러시아로 귀화해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건 쇼트트랙의 안현수(28.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물론,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던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것 때문에 러시아를 향한 국민 감정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날 러시아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여론 역시 큰 힘을 얻고 있다. 동계올림픽에서 당한 수모를 축구대표팀이 대신 되갚아 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정작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동계올림픽에서의 분노가 자칫 월드컵까지 이어질 경우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장이 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7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의 새 홈 경기 유니폼 공개행사에 참석한 홍 감독은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의 연속성에 대한 질문에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2002년에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 선수가 오노 선수의 제스처 때문에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선수들끼리 미국과 경기에서 그런 세리머니를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자신이 감독으로 출전하는 브라질월드컵은 다르다는 것이 홍명보 감독의 생각이다. 홍 감독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동계올림픽에 억울함이 있지만 월드컵과 굳이 연결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 쪽에 치우치면 선수들이 불필요하게 정신력을 써야 한다"고 경계했다.
다만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배울 수 있는 점은 분명히 배워야 한다는 것이 홍 감독의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