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기독교 선교사 김정욱씨의 억류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그의 석방 문제를 둘러싼 남북 간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김씨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남조선 정보원 첩자'를 체포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에는 신원 확인과 함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는 우리 정부의 전화통지문 수령조차 거부한 바 있다.
북측이 이날 외신 인터뷰 형식을 빌려 김씨의 모습과 육성이 담긴 영상을 공개한 것은 석방 가능성을 시사하는 '좋은 신호'라는 해석이 우선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김씨 석방을 전제로 공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석방 수순으로 가되 남측에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당국이 김씨 회견을 공개하면서 보여준 태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은 작년 11월 김씨를 '남조선 정보원 첩자'라고 지칭했지만, 이번에는 '남측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은 선교사'로 달리 규정한 것도 석방 가능성에 기대를 갖게한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1월 공개 기자회견을 연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가 죄수복을 입은 것과 달리 이날 김씨가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나온 점도 눈길을 끈다.{RELNEWS:right}
북한이 자주 사용하는 '공개 사죄' 방식은 억류 중인 외국 인사들을 풀어줄 때 단골로 거쳐 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해 '사죄 기자회견'을 거쳐 6·25전쟁 참전용사 메릴 뉴먼 씨를 석방했다. 또 2009년 불법 입북했다가 억류된 재미교포 대북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씨도 '사죄 기자회견' 이후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