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의 한 제과점에서 발생한 인질극이 인명 피해 없이 3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인질극을 벌인 남성은 경찰에 연행됐다.
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30분쯤 압구정동의 한 제과점에 김모(57) 씨가 흉기를 들고 난동을 피우며 A(48·여) 씨를 인질로 붙잡았다.
김 씨가 들고 있던 흉기는 제과점 주방에서 가져온 빵 자르는 톱칼 두 자루였다.
김 씨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매장 안쪽 구석 소파에 앉아 A 씨를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그는 자신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며 "자살하겠다,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경찰이 김 씨를 진정시키며 설득한 끝에, 상황 발생 3시간 여 만인 0시 10분쯤 A 씨를 풀어줬다.
김 씨도 얼마 안 돼 경찰에 제압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경찰은 김 씨를 구급차에 실어 강남경찰서로 연행했다. 체포 당시 김 씨는 이마에 10cm 정도의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감시하고 미행하는 것 같다"며 "정신병 치료 경력이 있고 지금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인질로 붙잡혀 있던 A 씨는 긴 시간 긴장한 탓에 부축을 받아 현장을 떠났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경찰은 A 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려했지만, "특별히 다친 곳도 없고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A 씨의 요청에 따라 병원에 가지 않고 자택으로 데려다줬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강남경찰서장과 강력팀 형사 50여명, 인질협상팀 등이 투입돼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김 씨를 설득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구급차도 대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피해망상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요구나 목적은 없었고 인질과는 모르던 관계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