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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증거조작…"검찰은 왜 '수사'라고 말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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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뉴스]증거조작…"검찰은 왜 '수사'라고 말 못하나?"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책임과 일종의 국정원 트라우마…"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진상조사가 급진전 되고 있다. 의혹의 핵심인 국정원 직원 출신인 이인철 영사를 소환조사했고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서류와 변호인이 제출한 서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증거조작 의혹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은 여전히 '수사'가 아니라 '진상조사'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은 왜 간첩증거 조작사건 진상조사를 수사라고 말하지 못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지금 검찰이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지 않느냐?

    = 그렇다. 지금 검찰이 하고 있는 건 진상조사다. 그런데 조사의 방법이나 조사팀원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상 수사와 다름없다.

    진상조사팀 지휘는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이 하고 있다.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강력통 이면서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3차장을 역임한 특수수사통으로 분류된다.

    진상조사 팀장은 서울 중앙지검 노정환 외사부장인데 공안통이다.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와 외사부 공안부에서 검사4명이 차출됐다. 사실 이정도의 진상조사팀이면 '특별수사팀' 또는 '드림팀'으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수사하는 방식도 특수수사와 다름이 없다.

    국정원 출신의 이인철 영사가 자신의 명의로 작성한 확인서. (노컷뉴스/자료사진)

     

    검찰 진상조사팀은 이인철 영사를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21시간의 밤샘조사를 벌인 뒤 1일 새벽 6시40분 귀가조치했다. 대검의 국가 디지털포렌직 센터(NDFC)에서 증거자료로 제출된 서류에 대해 정밀감정을 실시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를 '수사'라고 하지 않고 '진상조사'라고 부른다.

    ▶진상조사와 수사가 어떤 차이가 있는 거냐?

    = 수사는 범죄혐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일단 국정원 직원들이 간첩관련 증거를 조작한 범죄혐의자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의 결과물로 구속수사를 하거나 기소를 하거나 아니면 불기소를 하거나 결정을 하게 된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수사는 범죄를 전제로 범죄혐의의 유무를 가리기 위한 것이고 진상조사는 말 그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이 일단 진상조사를 통해 증거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증거물 입수과정에서 위법한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지금의 진상조사는 수사의 전단계인 내사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수사를 하고 있으니 수사라고 해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검찰에서는 "진상조사는 진상조사다. 수사와는 다르다"는 걸 강조한다.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검찰은 왜 '수사'라고 하지 못하는 거냐?

    = 대략 다섯 가지 정도의 분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수사라고 하면 그만큼 검찰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진상조사는 조사를 해보니 사실이 이러했다는 설명만 해도 된다. 국민들이 납득을 하건 안하건 그건 부차적인 문제이고 조사결과를 밝히면 된다. 그렇지만 검찰이 수사를 선언하게 되면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물론 불기소 할 수도 있고 무혐의 할 수도 있지만 특별수사팀까지 구성해서 수사를 한 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그 부담을 검찰이 모두 떠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진상조사를 해서 범죄단서가 포착되면 수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정원을 상대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검찰은 국정원에 대해 계속 수사를 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국정원 여직원 김 모 씨의 댓글에서 비롯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의 수사, 그리고 간첩증거 조작수사까지 국정원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간첩증거 조작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갈 경우 국정원의 기본업무인 대공수사 분야에 대한 수사라는 점에서 검찰로서는 그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의 수사는 정치적 공방으로 끌고 갈수도 있지만 국정원의 근간인 대공수사에 대한 검찰의 전면수사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세 번째는 역시 국정원과의 관계인데 검찰내부에서는 일종의 '국정원 트라우마' 같은 게 있다.

    검찰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밝히기 위해 처음으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전직 국정원장을 기소했지만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수사를 주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뜬금없는 혼외아들 문제가 불거지면서 찍어내기 당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국정원 직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지만 이에 대한 검찰수사는 답보상태다. 윤석렬 수사팀장은 국정원 직원을 강제 연행해 조사했다가 징계를 받고 고검으로 좌천됐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렬 팀장과 불협화음을 빚다가 불명예스럽게 검찰을 떠나야 했다. 검찰내부에서는 역대로 국정원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려고 했다가 불이익을 보지 않은 경우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검찰내부에서는 국정원을 두려워할게 뭐있냐는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긴 하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정원을) 두려워할게 뭐 있나?"라면서 "결국은 그 기관의 문제이고 국정원의 시스템에 손상이 가지 않으면서 국익에 손상이 가지 않는 범위 안에서 효과적으로 진상규명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뿐이지 두려워하거나 그럴 이유가 뭐 있겠나?"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검찰내부의 주장인데 수사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강제수사를 하거나 국정원을 압수수색 하더라도 실제로 뭔가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중견간부는 "현재로서는 진상을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수사로 전환해도 별 진전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는 국정원 직원이 중국에서 받은 것이다. 위조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면 위조의 책임을 물을 수도 확인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위조된 문건을 입수한 이인철 영사를 소환조사했는데 이 영사는 "중국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 검찰로서는 문서를 발급한 중국기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거나 발급해준 중국공무원을 조사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관공서를 압수수색 할 수도 중국공무원을 조사할 수도 없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수사에 착수한들 진실에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기 때문에 수사로 전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수사공조해서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수사를 하건 진상조사를 하건 뾰족한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다섯 번째는 결국은 외교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로 전환해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중국에 사법공조를 통해 조사를 요청하게 되면 이 문제는 검찰과 중국 화룡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와 중국 정부사이의 일이 된다는 것이다. 외교문제라는 얘기다.

    외교문제가 되면 사실이 뭐냐가 핵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이 뭐냐가 우선이 된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교문제가 되면 사법기관처럼 실체적 사실이 뭐냐를 밝히는 것보다는 국익을 우선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외탈세' 사건 같은 것을 수사하다보면 상대국의 협조가 미진해서 기소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 그건 아니다. 수사는 범죄단서가 발견되면 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관련 민주당 진상조사단 정청래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현지 방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사실 간첩사건 증거조작의 경우는 국정원 본부에서 직접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하나이고, 이 모 영사가 직접 위조했을 가능성이 둘이고, 이 모 영사에게 문건을 전달했다는 중개인일 가능성이 셋이고, 문서를 만든 중국관계자가 위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나온 사실로 미루어 국정원이 직접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물론 증거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남재준 국정원장이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사실로 미뤄 국정원본부에서 직접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

    두 번째 국정원 직원 출신인 이인철 영사가 핵심인물인데 이 영사는 중국정부기관으로부터 팩스로 문건을 받았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 자신이 위조를 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인철 영사의 진술이 사실인지 이 영사가 직접 위조를 하거나 아니면 위조된 사실을 알고도 증거서류로 제출을 했거나 아니면 증거서류를 위조하도록 공작했는지는 아직 뭐라고 확답할 단계는 아니다. 검찰이 진상조사를 한다면서 21시간이나 밤샘조사를 했다는 것이 그만큼 의심을 두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세 번째 가능성인 중국현지 중개인 브로커라고도 하는데 이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국정원 이 모 영사는 처음부터 중국기관으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조선족 브로커가 이 모 영사에게 전달했다는 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 모 영사가 브로커를 통해 입수했는지 아니면 중국정부기관으로부터 입수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네 번째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서 확인해야 하지만 이 문제는 시간도 걸리고 결국은 국익을 따져야 하는 문제여서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수사전환에 미진한 태도를 보이자 수사를 제대로 하라는 요구는 빗발치고 있다.

    어제(4일)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면서 수사가 미흡할 경우 특별검사 임명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할 방침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변협은 '부끄러운 증거조작 논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외국 공문서에 대해 해당 국가가 '위조'라고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검찰과 국정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고, 대한민국의 명예도 상처를 입었다"고 국정원과 검찰을 비판했다.

    변협은 "국가보안법은 '다른 사람을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국가보안법상의 죄에 대하여 증거를 날조, 인멸, 은닉한 자'에 대해 일반 공문서 위조나 증거 인멸보다 훨씬 가중 처벌하고 있다"며 "국정원뿐만 아니라 검찰도 법적·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특검을 요구하고 엄정한 수사를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대한변협이 나섰다는 건 그만큼 이번 사태가 위중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사실 진상조사를 하는 검찰도 책임이 무거운 것 아니냐?

    = 그렇다. 검찰내부에서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검사장급 간부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면서 "분명히 부주의한 면이 있다.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했을 것이라고 상상을 하지 못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통 출신의 검사장급 간부는 "수사도 엉성했고 공소유지도 엉성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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