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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증거조작 논란, 중국의 침묵 무드 배경"

    민감성 고려해 물밑에서 이니셔티브 쥐고 있는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3월 7일 (금)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선경 (베이징 특파원)


    ◇ 정관용>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협조자'로 알려진 조선족 김모 씨가 자살을 기도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증거 조작이 중국에서 벌어졌고 또 협조자 김 모씨의 국적이 중국이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베이징 김선경 특파원 연결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궁금한 게 중국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인데, 중국 정부의 입장이 나온 게 있습니까?

    ◆ 김선경>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주중한국대사관이나 주선양총영사관에도 지속적으로 확인을 하고 있는데 외교경로를 통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중국 정부의 입장이나 한국 정부에 대한 요청 등 어떤 반응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표면적으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면 중국 정부의 침묵은 내부 입장 정리가 안된 것인지, 아니면 한국정부의 처리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것인지 그 의미가 궁금한데요?

    ◆ 김선경>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또 표면적으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뿐이지 이미 입장을 표명하고 반응을 내놓았다고 봐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은 주한중국대사관이 지난달 13일 영사부 명의의 공문을 통해 ‘한국 검찰 측에서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 문건 등 3건의 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급부상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중국 대사관은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동시에 '한국 검찰 측이 제출한 위조 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적시했습니다. 이어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규명할 것'이라며 위조 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같은 중국대사관의 공문은 사실 중국 정부가 보낸 답변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이미 조사가 끝났고, 중국 땅에서 범죄가 저질러졌으니,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범죄 피의자들을 알려주고 그 내용을 설명해 달라는 통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대응여부에 따라 중국과 큰 외교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겠습니까?

    ◆ 김선경> 그렇습니다. 상황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살을 기도했던 국정원의 협조자라는 김모씨는 중국 국적을 가진 중국 공민입니다. 문서위조가 사실이라면 중국 공민이 중국 땅에서 공문서 위조라는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또 김 모씨가 한국 국정원에 협조하기 위해 허룽시 당국자 등을 접촉해 문서입수를 시도했다면 이는 간첩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 관리나 학자, 연구원은 물론 일반인이라도 다른 나라 정부에 정보 제공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면서 이를 방첩사건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김모씨는 중국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자 신변에 위협을 느껴 한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정보기관이 자국 땅에서 범죄를 저질렀고 또 자국 국민이 다른 나라 정보기관과 함께 범죄를 저지르고 다른 나라로 도피했다는 중대한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말씀하신대로 엄중한 외교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현재 상황을 볼 때 국정원의 대응이 이미 한중간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국익을 해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정관용> 상황이 이렇게 엄중하고 치밀한 조사 끝에 결론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공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속내는 어떻게 해석해야 되나요?

    {RELNEWS:left}◆ 김선경>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먼저 큰 틀에서 보면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아직은 침묵모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불쾌하긴 하지만 사건이 공개되고 확대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데 아시는 대로 중국은 지금 일본과 최악의 관계인 상황입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에서 악마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을 정도인데요. 문서 위조 사건이 공개돼서 한국과 갈등이 노출되면 일본에 이어 전선이 두개로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텐데 이 같은 상황은 중국의 상투적인 표현대로 ‘국익’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심히 불쾌하지만 지금 국면에서는 공론화를 자제하겠다는 게 중국의 솔직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단순히 한국과의 관계를 의식해서만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다른 배경은 없을까요?

    ◆ 김선경> 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선양을 비롯한 중국 동북지역의 특수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과 인접한 동북3성의 대표 도시인 선양은 대북 정보수집의 최전선으로 통하는 지역입니다. 북중 국경지역인 단둥과는 차로 불과 2, 3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이 같은 민감성 때문에 남북을 비롯한 주변국은 이 지역에 정보요원을 경쟁적으로 파견해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 정보 관계자는 중국 동북지역은 한국어를 쓰는 집단이 5개 정도 되는데 정말로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각국의 스파이가 날뛰는 현장으로 보면 된다이렇게 얘기하고 있을 정돕니다. 따라서 중국 당국은 이 지역에 대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문제가 불거질 경우 즉각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때 남북 정보 당국 간 대립이 격화되자중국은 현지 기업의 주재원 신분으로 나가 있던 우리 정보요원을 한꺼번에 추방한 적도 있습니다. 다만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고 조용히 처리하고 있는데요. 저희 CBS 노컷뉴스가 이미 단독 보도한 바 있는데 이번 사건이후 중국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우리 정보요원들이 대부분 활동을 중지하거나 잠적했고 우리 정보기관의 대북 정보활동은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국정원 스스로 존립 근거와 활동 기반 자체를 위태롭게 만든 행태를 한 것인데 즉, 중국에게 빌미를 제공하면서 우리 스스로 족쇄를 채워버린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중국은 민감성을 고려해 공개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물밑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검찰의 사법공조요청서는 중국 정부 측에 전달이 됐습니까?

    ◆ 김선경> 네, 사법공조요청서는 어제 오후 주중한국대사관에 도착했고 대사관 관계자는 곧바로 중국 사법부에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중국이 지금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기간이라 우리 측의 접수여부와는 관계없이 중국 사법부 내부 접수절차가 곧바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절차적으로는 접수가 이뤄지면 중국은 관련 서류와 기록의 송달, 증거물 제공, 압수수색과 검증, 진술 청취 등의 절차에서 협력하도록 돼 있습니다. 기간도 6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 정부가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사법공조 요청이 정치적·군사적 범죄와 관련된 경우나 중국의 주권·안전보장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중국 측이 판단하면 공조 요청을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증인 소환의 경우는 길면 1,2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실제 잘 진행될지는 알수 없는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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