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10년 가까이 끌어온 한국과 캐나다간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결국 타결됐다. 대(對)캐나다 수출 1위인 자동차엔 수혜가, 쇠고기 등 국내 농축산물엔 피해가 예상된다.
방한중인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캐나다 FTA 협상 타결에 공식 합의했다.
우리 나라가 맺은 12번째 FTA로, 양국 국회 비준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빠르면 내년초쯤 공식 발효될 전망이다.
앞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애드 패스트 캐나다 통상장관도 이날 오전 회담을 갖고, 양국 FTA 체결 및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력 문제에 대해 조율했다.
이로써 지난 2005년 7월 개시 이후 수년간 중단되며 공전해온 양국 FTA 협상은 8년 7개월여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캐나다 수출 자동차, 2년안에 '6.1%' 관세 철폐키로양국은 먼저 10년 안에 대다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의 경우 품목수 기준 97.5%, 수입액 기준 98.7%에 대해 철폐된다. 캐나다 역시 품목수 기준 97.5%, 수입액 기준 98.4%에 대해 관세가 사라진다.
특히 전체 캐나다 수출의 42.8%에 이르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최대 3년, 실질적으로는 24개월 안에 철폐된다.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수출 규모는 미국(75만 7천 대)과 사우디(19만 6천 대) 등에 이어 5위(13만 3천 대) 수준으로, 지난해 경우 22억 3천만 달러에 달했다.
지금까지 6.1% 적용돼온 관세가 철폐됨으로써, 캐나다와 여전히 협상중인 일본이나 EU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한국 자동차의 캐나다 시장 점유율은 현재 12%로, 미국(44.5%)과 일본(33.6%)에 이어 세 번째다.
양국은 또 현재 6% 수준인 자동차 부품 관세도 3년 안에, 7% 수준인 타이어 관세도 5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또 상대국 원산지 차량이 자국 안전기준에 반영된 국제기준이나 미국기준을 충족했다면 자국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 문턱을 크게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 외에도 섬유나 화학기계, 냉장고와 세탁기에 대한 관세도 사라진다. 최대 18%에 이르던 섬유 분야 관세는 대부분 3년 안에 없애기로 했고, 8%였던 세탁기 관세도 즉시 철폐된다.
주요 수출품목인 무선전화기와 반도체, 철강과 석유제품의 경우 이미 무관세가 적용돼왔다.
◈2030년쯤 수입 쇠고기-돼지고기 '無관세' 정면경쟁커다란 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 분야와 달리, 국내 농가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캐나다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사과와 배 등 20개 품목에 대해 세이프가드(ASG)를 통해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로써 쇠고기에 적용되던 40% 관세는 15년 안에, 최대 25%였던 돼지고기 관세는 최대 13년안에 사라진다. 매년 2~3%씩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정부는 다만 쌀과 분유, 치즈와 감귤 등 주요 민감농산물 211개 품목은 양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꿀과 대두, 맥아와 보리 등 11개 품목에는 저율관세할당(TRQ)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양허에서 제외되거나 10년 이상 넘겨야 관세가 철폐되는 농산물 품목이 전체의 18.8%인 282개"라며 "12.3%인 미국이나 14.7%인 EU에 비해 보수적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대 이슈였던 쇠고기 협상 결과만으로도 국내 농가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그동안 캐나다측이 요구해온 '한미FTA 수준'을 받아들인 것으로, 정부는 지난 2월 호주와 가서명한 FTA에서도 같은 수준에 합의했었다.
이에 따라 국내 축산농가는 오는 2030년쯤엔 관세 장벽이 완전히 사라진 미국·호주·캐나다산 쇠고기와 정면으로 시장에서 맞붙게 될 전망이다.
양국은 또 한미FTA와 마찬가지로, 닭고기를 제외한 육류에 대해 상대국 도축 기준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일단 "관련 부처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축산 등 피해 분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