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인천 전자랜드와의 3차전에서 부산 KT 전창진 감독이 전태풍을 끌어안고 격려하고 있다 (사진/KBL)
감독이 선수를 믿고 선수에게 승부를 맡길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좋은 예가 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5일에 개최된 미국 대학농구(NCAA) 애틀랜틱 코스트 컨퍼런스(ACC) 토너먼트 듀크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NC) 주립 대학의 준결승전.
NC 주립대에는 2013-2014시즌 ACC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T.J 워렌이라는 해결사가 있다. 워렌은 자신의 시즌 평균 득점보다 약 3점이 부족한 21점을 올렸다. 승부처였던 후반전에서 야투 13개 중 4개 성공에 그쳤다. 듀크대가 75-67로 승리했다.
듀크대의 마이크 슈셉프스키 감독은 경기 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워렌을 전담 수비한 2학년 포워드 로드니 후드의 수비를 칭찬하며 흥미로운 말을 남겼다.
슈셉프스키 감독은 "지도자는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한다. 또 너무 많은 것을 준비한다"며 "후드는 우리가 준비한 수비를 그대로 펼쳤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자 후드가 내게 '그냥 내 방식대로 그를 막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수비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부산 KT와 인천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KT는 2차전에서 17점 차로 완패했다. 상대의 강력한 압박 수비에 공격 동선이 꼬이면서 세트오펜스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패인이었다.
전창진 KT 감독은 전술을 보완했다. 살짝 다듬는 수준이었다. 2차전 대패에도 불구하고 기존 틀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 전 만난 조성민은 "2차전 때 안됐던 부분을 연습하고 나왔다. 연습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조금 했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상대보다 전력이 월등하다면 전술 준비가 중요하지만 전력이 비슷하다면 기본적인 게 더 중요하다. 상대에 대한 전술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고 선수들도 잘 숙지하고 있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며 선수들의 자신감을 강조했다.
선수에 대한 믿음은 송영진의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송영진은 지난 2차전에서 공을 잡고 주춤거릴 때가 많았다. 전창진 감독은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전창진 감독은 "송영진이 1차전 때 발목을 다쳤다. 2차전 때 빼려고 했는데 자기가 괜찮다고 해서 출전시켰다. 상대 수비의 특징 때문에 기회가 많았는데 역으로 이용하면 된다"고 오히려 송영진을 격려했다.
송영진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원정과 홈은 다를 것"이라며 "확실히 안방에서는 슛도 더 잘 들어간다"고 말했다. 자신있게 던졌다. 송영진은 12점을 올리며 팀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송영진의 슛이 터질 때마다 전창진 감독은 박수를 쳤다.
전창진 감독의 박수 행진은 계속 됐다. 전태풍이 공격적으로 나설 때, 핵심 벤치 멤버인 김현중과 김종범이 활약할 때, 김우람이 과감한 돌파로 레이업을 성공시킬 때 등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발휘할 때마다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