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문제의 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된 사실을 중국 수사당국으로부터 재확인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중국 공안부는 18∼20일 사법공조 차원에서 중국을 방문한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 소속 검사들에게 위조 의혹이 제기된 문서 3건에 대한 자국 조사결과를 일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대사관은 지난달 유우성(34)씨 항소심 재판부에 보낸 사실조회 회신에서 검찰측 문서 3건이 위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측이 위조라고 판단한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문서의 내용이 아닌 발급 절차상 하자를 문제삼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 공안부는 관인의 형태 등으로 미뤄 문서 3건 모두 자국 기관이 발급하지 않았다고 판정한 것으로 전해졌다.{RELNEWS:right}
중국측은 특히 지난해 국정원 비밀요원 또는 협력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들 외에 또다른 문건을 위조하려한 정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증거조작을 국정원이 처음부터 기획하고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국정원 본부의 어느 선까지 문서위조에 개입했는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도 유씨의 간첩사건을 담당한 국정원 대공수사팀 직원들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중국 선양(瀋陽) 주재 총영사관 부총영사를 맡고 있는 국정원 권모 과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문제가 된 문서 3건에 모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김모 과장의 상관인 대공수사팀 이모 팀장도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김 과장이 김씨에게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려주면서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 답변서 위조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국정원은 "문서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김씨가 '중국 현지인을 세워 변호인의 정황설명서를 신고하면 싼허변방검사참의 공식 답변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해 입수를 지시했을 뿐 위조를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과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위조를 지시하지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김 과장은 김씨와의 대질신문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한편 검찰은 탈북자 단체 등에서 유씨를 사문서 위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과 관련해 유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북한민주청년학생포럼은 중국 국적의 유씨가 탈북자로 위장해 서울시 공무원에 지원한 것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사기에 해당한다며 대검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