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보도되기에 앞서 청와대가 전방위적으로 나서 개인정보 수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또 채 총장의 주변을 샅샅이 뒤져 검찰에 개인비리에 대해서도 수사하도록 하명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검찰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채 군 등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조기룡 부장검사)는 지난해 6월 말 국민건강보험공단 내부전산망을 통해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씨의 진료기록을 조회한 공단 소속 A 팀장을 올해 초 불러 조사했다.
고용복지수석실이 A 팀장을 통해 조회한 임 씨의 진료기록에는 채모 군 출산 직전인 2002년 양수검사를 받고, 2003년 분만 전후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은 각종 내역이 포함돼 있다.
A 팀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 관계자의 부탁을 받고 임 씨 진료기록을 조회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청와대 복지수석실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좀 더 파악 중이다"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점에 유영환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채 군의 초등학교 학생생활기록부를 조회한 것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10일 채군의 초등학교 학적부를 조회한 유 교육장은 검찰에 나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관계자의 부탁을 받고 학적부를 조회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 이튿날 조오영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은 서초구청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했다. 총무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만 씨가 맡아왔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 총무비서관실이 총동원돼 임 씨와 채 군의 신상을 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채동욱 찍어내기'를 기획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뒷조사가 방대하게 이뤄진 시점은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려던 시점과 맞물려 있어, 정권의 반대에도 기소를 강행하는 채 전 총장을 낙마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는 임 씨과 채 군 뿐아니라 채 전 총장의 개인비리에 대해서도 검찰에 수사를 하도록 하달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실은 지난해 6월 '임 씨가 채 군 계좌를 통해 거액을 송금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이고 이를 검찰에서 수사하도록 내려보냈다.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있던 김모 경정은 내사 과정에서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에서 근무하던 박모 경장 등 경찰 3~4명을 통해 채군의 주민등록 기록 등을 조회했다.
검찰은 임 씨가 한 코스닥업체 사장이 연루된 사건과 관련해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도 공교롭게 '칼끝'이 채 총장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의 친구인 대기업 임원 출신 이모 씨가 임 씨에게 2010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억여원과 5천여만원을 송금해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 씨가 채 전 총장의 부탁으로 양육비를 송금해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채 전 총장에 대한 직접 수사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