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출마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미국방문 기간 중, 의전을 한 현직 판사는 김 전 총리 사위의 부탁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발단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수중인 수원지법 소속 조모(37) 판사가 스탠퍼드대를 방문한 김 전 총리의 길 안내를 담당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방문해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는데, 이 자리에 조 판사가 김 전 총리의 가방을 들고 뒤를 따르는 등 의전을 담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현 여권 실세인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전 총리의 행사에 현직 판사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사법부 독립성이 침해'를 둘러싼 논란은 증폭됐다.
지자체 선거를 불과 70여일 앞두고 현직 판사가 전직 대법관 출신의 지자체장 후보의 의전을 수행했다는 사실은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자 법원은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기보다는 의혹 덮기에 급급해 눈총을 샀다.
대법원은 언론보도가 나간 직후 "김 전 총리가 스탠퍼드 부설 연구소에서 통일정책 주제강연을 하게 되었는데, 길을 잘 모르니 안내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고 수락했을 뿐"이라며 "(조 판사에게는) 김 전 총리의 강연 직후 서울 시장 출마선언 한다거나 정치적인 행사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개인적인 길 안내 요청을 받아 수락한 것이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사실상 단정을 내렸다.
조 판사가 김 전 총리의 의전을 수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장 큰 관심사는 '누구의 부탁을 받고 의전에 나섰느냐'는 부분이었다.
현직 판사나 법원관계자의 부탁으로 이뤄졌다면 '법원차원의 의전'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법원은 하지만 공식 입장을 발표할때까지도 조 판사가 누구의 부탁을 받고 김 전 총리를 수행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태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단정을 내린 것은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법관 출신의 김 전 총리의 부적절한 처신도 비난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김 전 총리의 사위가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현직 판사를 행사에 초대하면서 친정인 법원을 곤란에 처하게 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김 전 총리가 책임져야된다는 비판이 법원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6~7년전에 떠났던 어른의 뒷처리까지 법원이 해야하느냐는 불만이 상당하다"며 조 판사의 잘못된 처신을 비판했다.{RELNEWS:right}
법원은 최근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되는가 하면 지난해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감사원장으로 가는 등 '사법부가 행정부와 밀착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총을 받아 왔다.
법원은 특히 김 전 총리측의 요구를 받은 현직 판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되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