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행성 '2012 VP113' (노란색 화살표로 표시된 곳) (연합뉴스)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왔을 때도 거리가 자그마치 120억 km나 되는 왜소행성(dwarf planet)이 발견됐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태양계 천체 중 가장 먼 것으로, 서울-부산 거리의 3천400만배다.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카네기과학연구소(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는 이 기관 스콧 셰퍼드 교수와 제미니 천문대의 채드윅 트루히요 박사가 발견한 왜소행성 '2012 VP113'에 관한 논문이 저명 과학지 '네이처'에 실렸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왜소행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이 왔을 때의 거리는 약 80 천문단위(au)다. 천문단위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와 대략 같도록 정해진 길이 단위다.
즉 왜소행성 2012 VP113과 태양의 최소 거리는 태양-지구 거리의 80배이며, 서울-부산간 직선거리(350km)의 3천400만배다.
세계 천문학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가장 먼 태양계 행성인 해왕성, 그리고 한때 행성으로 분류됐으나 왜소행성으로 격하된 명왕성 등과 비교하면 거리가 2.7배에 이른다.
이전까지 관측된 태양계 천체 중 가장 먼 것은 '세드나'(Sedna)라고 불리는 왜소행성 '2003 VB12'였는데, 태양에 근접할 때의 거리가 76 au다.
이에 따라 세드나가 약 10년간 보유하던 '관측으로 확인된 가장 먼 태양계 천체'의 지위는 새로 발견된 2012 VP113으로 넘어가게 됐다.
세드나와 2012 VP113은 타원형 궤도 위의 어느 지점에 있느냐에 따라 태양과의 거리가 수백∼수천 au로 멀어지기도 한다.
태양계는 태양과 그를 중심으로 타원형 궤도를 도는 천체들로 이뤄져 있는데, 0.4∼4.2 au 거리에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등 주로 바위로 구성된 행성과 소행성들이 있으며, 5∼30 au 거리에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기체로 된 행성들이 있다.
그 바로 바깥인 30∼50au 범위에는 얼음 등으로 이뤄진 천체가 많은 '카이퍼 벨트'(Kuiper belt)라는 구역이 있는데, 명왕성이 이 구역에 포함된다. 혜성 중 일부의 발원지도 여기로 추정된다.
세드나와 2012 VP113은 이보다도 더 외곽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으로부터 왔으리라는 것이 논문 저자들의 추정이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으로부터 약 10만 au 이내 거리에 천체들이 흩어져 둥근 껍질 모양으로 분포하고 있으리라고 추측되는 태양계 외곽 구역이다.
이곳의 천체는 바위, 얼음, 고체 상태 메탄과 암모니아 등으로 이뤄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주기가 긴 혜성들의 발원지도 이곳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기술로는 직접 관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먼 곳이어서 아직은 '개연성이 큰 가설'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