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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취업보다 절도에 매진한 20대 취업준비생

사건/사고

    3년 동안 취업보다 절도에 매진한 20대 취업준비생

    • 2014-03-27 11:52

    진주지역 대학 3곳에서 210여차례 1억5천만원 상당 훔쳐

    정씨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 훔친 일시와 장소, 품목별 사진, 보관장소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파일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최근 3년 동안 경남 진주지역 대학들에서 잇따라 발생한 절도 사건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20대가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특가법상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27일 구속된 정모(29)씨는 자전거, 전공서적, 노트북, 신발 등 교내에서 훔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훔쳤다.

    정씨는 시가 1억5천만원 상당의 훔친 물건을 온라인 중고 장터 등에 팔아 1억3천만원을 챙겼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대기업 신입사원의 3년치 연봉에 맞먹는 액수이다.

    모 교육대학을 다니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퇴한 정씨는 진주지역 모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 행정 공무원 시험과 펀드투자 상담사·증권투자 상담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해왔다.

    정씨는 취업에 대한 압박감과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처음에는 전공서적이나 전자사전 등 크기가 작은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매달 몇 십만원 정도의 용돈을 받아 생활하던 정씨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정씨는 2011년 2월부터 지난 3월 중순까지 자신의 모교를 비롯한 진주지역 3개 대학교에서 주로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모두 219차례에 걸쳐 1억5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정씨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 훔친 일시와 장소, 품목별 사진, 보관장소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파일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정씨는 지난해 8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절도 행각은 대학 재학 중에 시작돼 졸업 이후에도 이어졌다.

    절도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대학교 홈페이지 분실센터 게시판의 모든 게시물 등을 분석,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이어 포털 사이트 온라인 중고 장터의 매물 내역 등을 조회한 결과 한 사람이 온갖 종류의 물품을 판매하는 것을 포착, 물건을 사겠다고 가장해 약속 장소에 나온 정씨를 검거했다.

    정씨를 조사하던 경찰은 그의 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정씨가 사용한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 훔친 일시와 장소, 품목별 사진, 보관장소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파일이 발견됐다.

    스마트폰 파일은 9천342개, 노트북 파일은 1천383개였다. 구속영장 신청을 위한 범죄 일람표를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정씨는 학생들이 귀중품을 보관하는 대학교 사물함을 노렸다.

    정씨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 훔친 일시와 장소, 품목별 사진, 보관장소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파일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강의 시간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다음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가면 유유히 번호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열어 전공서적, 노트북, 아이패드, 전자수첩, MP3, 가방, 현금, 지갑 등을 닥치는 대로 쓸어담았다.

    정씨는 자물쇠 비밀번호를 스마트폰에 일일이 정리해 따로 보관했고 훔친 물건은 자신이 사용하는 사물함에 나눠 보관하다가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싸게 팔았다.

    정씨는 교내에서 잠금장치를 하지 않은 고급 자전거도 여러 차례 훔쳤다.

    도난 자전거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자신의 집 베란다에 정비대까지 차려놓고 훔친 자전거의 부품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 팔아넘겼다.

    판매를 앞둔 자전거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에 나눠 보관했다.

    경찰은 정씨가 500만원 상당의 고급 자전거를 타며 사이클 동호회 활동을 했고 여기서 얻은 지식으로 자전거 정비 수준도 꽤 높았다고 설명했다.

    평범하게 보인 취업 준비생의 이런 모습은 부모, 대학 선후배, 2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 등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 했다.

    부모는 자전거를 좋아하는 정씨가 중고 자전거를 싸게 사서 정비를 해 되파는 것으로 알았다.

    정씨는 절도 피해에 시달리는 대학 선후배들에게 자신도 자전거를 잃어버렸다며 하소연하고 씀씀이도 드러내지 않는 등 의심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여자친구와는 국산 렌터카를 빌려 타고 전국을 다니며 맛집 기행을 하는 등 주말마다 데이트를 즐겼다.

    게다가 여자친구와 맞춘 90만원 상당의 커플링을 잃어버리자 경찰에 도난신고를 한 데 이어 범인을 빨리 잡아주지 않는다고 경찰서 홈페이지에 민원까지 제기했다.

    경찰은 이 여자친구가 정씨가 고급 자전거를 사고팔아 수익을 많이 내는 줄로 알았다는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온라인 중고 장터에서 벌어들인 돈을 모두 탕진했다.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매번 실패해 현재 100만원 정도의 잔고만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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