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27일(현지시간) 고위급 안보회의를 도청한 자료가 유출됐다며 트위터에 이어 유튜브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터키 통신청(TIB)은 이날 오후 5시께 기술적 분석과 법적 검토를 거쳐 유튜브에 대한 차단 조치를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터키는 최근 인터넷 관련 법안을 개정해 통신청이 법원의 결정이 없어도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권한을 갖게 됐다.
이번 차단은 외무장관과 정보당국 수장 등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방안을 논의한 안보회의를 도청한 파일이 유튜브에 공개된 지 2시간여 만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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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7분짜리 영상은 회의 참석자들이 개입을 정당화하고자 시리아 내 터키 영토인 '슐레이만 샤 묘지'를 공격하는 자작극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오스만제국을 건국한 오스만 1세의 조부인 슐레이만 샤의 묘지는 시리아 알레포 지역에 있으며 터키 영토로 인정받아 터키군이 경계를 맡고 있다.
이에 외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국가 안보와 관련한 가장 민감한 사안을 논의한 고위급 회의를 불법 도청하고 유출한 것은 매우 중대한 반역적 공격이라며 즉각 배후를 찾아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또 공개된 음성파일 일부는 조작됐다며 터키 영토를 테러리스트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관계 기관의 의무라고 반박했다.
외무장관실에서 열린 이 회의에는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외무장관과 하칸 피단 국가정보국(MIT) 국장, 페리둔 시니르리올루 외무차관, 야사르 규렐 터키군 총사령부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다부토울루 장관은 지난 14일 슐레이만 샤 묘지는 국제법과 1921년 프랑스와 체결한 조약에 따라 터키 영토이며 이곳이 공격받는다면 터키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정부가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시리아 군사개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지방선거 유세에서 이번 도청과 유출의 배후로 정적인 페툴라 귤렌을 지지하는 집단을 지목했으며 "악랄하고 부도덕하며 비열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다부토울루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이버 공격은 터키 공화국과 국민을 공격한 것으로 명백한 전쟁선포"라고 말했다.
검찰은 도청과 유출을 간첩죄로 간주하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방송위원회(RTUK)는 이 영상의 방송금지를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총리실 관계자가 이번 차단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전예방 조치로 유튜브가 해당 영상을 삭제하면 전체 차단도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최근 그의 전화를 감청한 파일 등이 잇따라 유튜브에 폭로되자 지난 7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폐쇄도 고려하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유튜브의 모회사 구글은 터키 정부의 감청자료 삭제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오는 30일 치르는 지방선거 전에 유튜브도 차단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종전에 정부가 삭제를 요청한 영상은 지난달 25일 폭로된 에르도안 총리와 아들의 전화 통화를 감청한 것이라고 주장한 녹음파일로 알려졌다. 이 영상에는 에르도안 총리가 지난해 12월 17일 검찰의 비리사건 체포 작전 당일 아들에게 집에 있던 거액의 현금을 은폐하라고 말하는 통화가 녹음됐으며 에르도안 총리는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통신청은 에르도안 총리가 지난 20일 "트위터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한 지 수시간 만에 트위터 접속을 차단했다. 법원은 전날 트위터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해제하라고 결정했으나 통신청은 아직 트위터 접속을 금지하고 있다.
터키는 지난 2007년 국부(國父)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모독하는 영상을 올렸다며 처음으로 유튜브 접속을 금지했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유튜브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