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28일 중국 정부에 인도한 한국전쟁 당시 사망 중국군 유해 437구가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에 안치됐다.
중국 측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우리 측으로부터 인수한 유해들을 특별기편으로 선양공항으로 옮긴 뒤 오후 1시쯤(현지시간) 선양 시내 '항미원조(抗美援朝)열사능원' 부지 내에 새로 건립한 시설에 안치했다.
정복 차림의 중국군 장병들은 선양공항에 도착한 유해들을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20여 대의 군용트럭에 나눠 싣고 경찰과 군용차량 수십 대의 호송을 받으며 안치시설로 운반했다.
유해를 실은 군용트럭의 적재함에는 '영웅의 귀가를 맞이한다', '열사의 업적은 영원히 역사에 기록된다', '열사는 영원히 잠들지 않는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걸렸다.
중국 당국은 유해 안치 장소인 열사능원의 외부인 출입을 진입로부터 전면 통제하고 안치 의식을 철저하게 내부 행사로 진행했다.
선양의 유명 관광지인 베이링(北陵)공원 동쪽에 자리 잡은 열사능원은 전체 부지면적이 24만㎡에 달하며 연면적 2천㎡ 규모의 2층짜리 기념관과 기념비, 전사자 묘역, 광장, 녹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51년 처음 건립돼 1999년 개축된 열사능원은 중앙의 기념비를 둘러싸고 동·서·북 방향에 한국전쟁 전사자 가운데 중국 당국이 특급·1급 영웅 등으로 분류한 123명의 중국군 무덤이 있다.
이번에 송환된 중국군 유해 안치를 위해 새로 건립된 시설은 열사능원 내 기존 전사자 묘역 바깥의 꽃 저장시설 부근에 별도로 조성됐다.
이날 열사능원 정문 밖에는 멀리 상하이, 후베이, 난징 등지에서 찾아온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후손, 주민 등 100여 명이 몰려 유해 송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한국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와 삼촌 등을 반세기 넘게 기다려온 중국인 후손들은 이번에 송환된 유해들에 대한 DNA 감정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자국 군인들이 드디어 고국으로 돌아왔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유해이송 장면을 1면에 배치한 중국 경화시보(京華時報)는 관련 기사에서 "반세기 동안 타향에 묻혀 있던 영령들이 오늘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며 "선양(瀋陽) 항미원조(抗美援朝)열사능원은 이미 영웅 열사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한국 당국의 세심한 유해송환 과정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뤘다.
경화시보는 한국 측이 기술력과 발굴인력 1만 4천 명을 투입해 '엄동설한'의 어려움을 뚫고서 유해발굴, 자연건조, 감별·등기작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는 이날 유해송환 과정을 지켜본 한 중국인 자원봉사자를 인용, "한국 측의 유해 반출과 이송과정 등은 매우 질서정연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 측의 유해송환 과정은 "대단히 진지하고 대단히 세심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