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나 준비했는데...' IBK기업은행은 4일 챔피언결정 5차전을 앞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개의 우승 현수막을 준비했지만 GS칼텍스에 우승컵을 내주며 끝내 펼치지 못했다.(화성=임종률 기자)
'NH농협 2013-2014 V리그' 챔피언결정 5차전이 열린 4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 천장 양 쪽에는 IBK기업은행-GS칼텍스, 두 팀의 우승 현수막이 말려진 채 설치돼 있었다. 2승 2패로 맞선 가운데 어느 팀이 이기든 우승이 결정되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기업은행 쪽은 말려진 현수막이 1개 더 걸려 있었다. 기업은행 구단 관계자는 "원래 제작했던 현수막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전날 남자부 삼성화재를 보니 우승 현수막이 엄청 커서 부랴부랴 가로 12m, 세로 14m로 다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데 왜 2개일까. 이 관계자는 "새 현수막은 우승이 확정되면 천장 쪽 난간에서 수작업으로 테이프를 끊어야 한다"면서 "혹시 어떻게 될지 몰라 자동으로 내려오는 이전 현수막까지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심하게 준비된 기업은행의 우승 현수막은 끝내 펼쳐지지 못했다. 베띠를 앞세운 GS칼텍스에 밀려 2년 연속 통합 우승이 무산됐다.
반면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어내며 정상에 올랐다. GS칼텍스는 최종 5차전에서 기업은행을 3-1(27-25 25-21 22-25 28-27)으로 눌렀다.
최종 3승2패로 지난 2007-08시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GS칼텍스는 2008-09시즌과 지난 시즌 준우승을 거둔 바 있다. 특히 2011-2012시즌 최하위에서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배구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기업은행으로서는 아쉬운 준우승이었다. 1, 2세트를 뺏긴 기업은행은 3세트를 따내며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4세트도 팽팽하게 맞서며 최종 5세트를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불의의 악재가 발생했다. 4세트 12-12 동점에서 주포 카리나가 발목 부상을 입었다. 블로킹하다 상대 베띠의 발을 밟아 왼발목을 접질렸다. 19-20으로 뒤진 가운데 카리나가 들어오긴 했지만 결국 4세트와 함께 우승컵까지 내줬다.
지난 시즌 창단 2년 만에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기업은행. 올 시즌도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러나 마무리를 해내지 못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대형 우승 현수막은 용도폐기하고,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