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날아갈 것 같구나'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이 4일 기업은행과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화성=KOVO)
'NH농협 2013-2014 V리그' 영광의 우승컵을 차지한 팀은 GS칼텍스였다. '디펜딩 챔피언' IBK기업은행을 누르고 6시즌 만의 정상에 올랐다.
GS칼텍스는 5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3-1(27-25 25-21 22-25 28-27)로 기업은행을 제압했다.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챔피언의 기쁨을 누렸다.
노장 이선구 감독(62)은 우승 확정 뒤 감개가 무량한 듯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실 여자팀 맡은 것 처음인데 우승했다는 자체에 자부심을 갖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력 열세 예상을 뒤엎은 결과라 더 뿌듯했다. 이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기업은행에 1승5패를 했고, 플레이오프까지 거치고 올라와서 객관적으로 우승할 확률은 적다고 평가됐을지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고참들이 홈에서 우승컵을 내준 데 대해 설욕 의지가 강했고, 5차전까지 가서 승리해 대견스럽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노장의 여유가 묻어나는 농담도 던졌다. 이 감독은 "노장이 많아 체력이 떨어져 5차전 가면 질 것이라는 말도 많았다"면서 "4차전에 이어 오늘도 스포츠토토 지지도가 기업은행 쪽이 80%가 넘었다는데 우리를 믿고 찍은 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리를 더 사랑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MVP 베띠를 비롯해 이숙자, 정대영, 정지윤 등 주부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시즌 전에 선수들이 여전사 기질이 부족하다 했는데 사랑스럽게도 많이 극복해줬다"면서 "한국 아줌마가 세계에서 제일 세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제 시즌 전 선수들과 맺은 약속이 기다리고 있다. 이 감독은 시즌 중 금주를 하고, 우승을 하면 금연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이 감독은 "우승보다 더 힘든 일(금연)이 남았다"면서 "그러나 선수와 약속이라 감독으로서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의지를 다졌다.
인터뷰 뒤 자리를 뜨면서 이 감독은 "오늘부터 금연은 들어가도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금주는 깬다. 술은 들어간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