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자료사진=KBL)
"전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
로드 벤슨, 문태영과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모비스 양동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35분59초를 뛰며 올린 기록은 2점, 3리바운드. LG 양우섭의 압박 수비에 어시스트 하나도 없었던 탓이다.
양동근은 6일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71-60으로 승리한 뒤 "일단 선수들에게 고맙다.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벤슨과 문태영에게 "탱큐"라고 인사를 건넸다.
기록은 저조했다. 5일 3차전 4쿼터에서 17점을 올린 폭발력은 없었다. 하지만 모비스는 양동근이 있고, 없고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된다. 기록 여부를 떠나 양동근이 양우섭을 달고도 부지런히 뛰어다닌 덕분에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겼다.
유재학 감독도 "동근이도 득점은 없었지만, 가장 많이 뛰어다닌 경기였다"면서 "그것 때문에 많은 선수들에게 찬스가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동근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양동근은 "내가 농구를 못해서 당하는 것이다. (문)태종이형이나, 태영이형은 수비수들이 막는데도 이겨내고, 성공시키는 데 나는 그것을 못할 뿐이다. 그 차이다"라면서 "체력적인 부분은 특별히 신경을 안 쓴다. 우섭이가 공을 못 잡게 잘 막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겨내고 잡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은 5차전과 6차전, 그리고 7차전도 양우섭의 수비를 달고 뛰어야 한다. 3차전 4쿼터처럼 터질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대신 양동근은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양동근은 "3차전 4쿼터처럼 신나게 했어야 하는데 초반부터 그렇게 못해 화가 나고 아쉽다"면서 "우섭이가 나만 막는다고 우리가 약해지는 팀은 아니다. 내가 몇 점을 넣어도 팀에 보탬이 되려고 뛴다. 어제처럼 하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그래도 다른 쪽에서 터져줬다. 내가 공을 못 잡아도 다른 선수들이 해준다. 내 플레이에 LG도 대비를 하고 나온 만큼 배우는 것도 있고,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동근은 2005-2006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에 4패로 무너진 경험이 있다. 이후 세 차례 챔프전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지만, 아직도 그 때의 아픔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 농구화 끈을 조여매고 있다. 양동근은 "챔프전에서 삼성에게 4연패로 진 적이 있다. 그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선수들에게도 '결승에서 지면 타격이 너무 크다. 기회가 왔을 때 잡자'고 얘기했다"면서 "그런 기분을 선수들이 안 느끼게 하려면 내가 더 잘 해야 하는데 지금 이렇다. 올라온 김에 우승에 일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