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공천폐지 여부를 국민과 당원들의 의사를 물어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윤창원기자
“만약 무공천을 철회해야 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백의종군하겠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을 여론조사와 당원투표에 부칠지 논의하던 지난 7일 김한길 공동대표에게 꺼낸 말이라고 한다. 당대표로서 리더십이 기로에 서자 배수진의 각오를 밝힌 것이다.
9일 복수의 새정치연합 관계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공식 거부한 뒤 향후 대응방안을 놓고 두 공동대표는 고심에 빠졌다. 무공천을 여론조사와 당원투표에 부칠지 논의하던 중 안 대표가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김 대표는 “당내 분란을 종식하기 어렵다”고 설득했다. 안 대표는 “고민해보겠다”고 일단 회의장을 떠났다.
당일 저녁 김 대표를 다시 만난 안 대표는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면 받겠다”고 결심을 밝혔다고 한다. 이번 여론조사+당원투표가 자신에 대한 재신임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이어 ‘백의종군’ 발언을 꺼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참모진의 만류로 '당대표직을 걸겠다'는 표현은 기자회견문에서는 빠졌다.
당시 두 공동대표에겐 당 전략팀에서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도 전달됐다. 무공천 의견이 높았지만 확신할 만큼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아슬아슬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언론 등의 각종 여론조사 역시 무공천 결과를 장담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두 공동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8일 기자회견을 목전에 두고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 대표는 “정치생명을 걸고 (무공천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당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결정”이라거나 “당내 목소리가 통일돼야 거대 여당과 싸울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안 대표가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울먹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 공동대표 측은 “공천 폐지가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공천 회군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입장문을 통해 “정당의 임무는 국민을 위해 좋은 후보를 민주적으로 공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역시 “공천하는 쪽으로 확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있다.
무공천 유지로 결론이 나면 두 공동대표 체제는 당내 기반을 확고히 다질 수 있지만 공천으로 선회할 경우 불리한 룰을 적용받진 않는 대신 민심과 당심을 거스른 데 따른 책임론에 휩싸이는 등 두 공동대표의 리더십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