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깔=꿀색'
한국에서 태어난 전정식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벨기에로 입양될 때 서류에 쓰여 있던, 그 아이에 대한 한 줄 설명이다. 백인들 틈에서 구별 가능한 피부색깔로 아이를 특징지었던 표식이었던 셈이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뒤 시장 거리에서 발견된, 당시 다섯 살로 추정되던 아이가 세계적인 만화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성장해 그 한 줄 설명을 그대로 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버림받은 아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았던 융 에낭(Jung Henin) 감독의 가슴 저린 성장기다.
국적 벨기에, 서양인 양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인. 같이 사는 엄마에게 '썩은 토마토'로 불렸던 반항아. 부모의 관심을 잃고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까 두려웠던 소년 융.
이 영화는 입양을 소재로 아동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역만리로 보내지는 현실과 상실된 아이의 주권을 상기시킨다.
융 에낭 감독은 어떻게 그 먼 곳까지 보내지게 됐는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해서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는지를 담담히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