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용기를 타고 중국을 방문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10일 몽골로 출국하며 방중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헤이글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그동안 내재돼 있던 미국과 중국의 불협화음이 수면위로 노출되고 있는 모양새다.
중일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남중국해 문제, 미국의 신형 무기 대만 판매, 홍콩 정치 자유 사안까지 상대방에 대한 강력한 불만이 잇따라 제기됐고 이견과 갈등이 있어도 가능한 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다만 환대에서 갈등, 봉합 수순으로 이어진 이번 헤이글 장관의 방중은 진심을 숨기고 듣기 좋은 대화를 하는 것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중미관계가 더욱 평등한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도 나오고 있다.
헤이글 장관이 중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2월 국방장관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이번 방중을 통해 양국의 군사협력 및 지역·국제 안보 현안 등을 깊이 있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도 헤이글의 방중 첫 일정을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호에 승선하는 것으로 준비해 환대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헤이글 장관이 방중에 앞선 일본 방문과 아세안 국방장관 회의 등을 통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분쟁 등과 관련해 중국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지 말라며 사실상 일본, 필리핀 등의 편을 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베이징에 도착한 뒤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 문제와 동·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헤이글 장관이 중국 측에 "미국은 중·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창완취안(常万全) 중국 국방부장이 "중국은 영토수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군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전쟁 불사론'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헤이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헤이글 장관이 일본 정치인들과 회동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나를 포함한 중국인들은 이런 발언에 실망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판 부주석 발언에 헤이글 장관도 "인정할 수 없다"며 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으로 노출된 양국의 군사적 갈등 분위기는 시 주석이 9일 오후 헤이글 장관과 만나면서 다소 가라앉았다.
시 주석은 헤이글 장관에게 양국 간 새로운 군사관계의 모델을 구축하자고 촉구하며 민감한 발언은 거의 하지 않았고, 헤이글 장관 역시 "이번 방중 일정은 풍부했고 양측이 적극적이고 솔직하면서도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헤이글 장관에 대한 중국 측 반발기류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10일 1면에 배치한 전문가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평화, 안정, 번영 그리고 책임지는 중국 굴기를 환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면서 하지만 이 말은 중국인민들에게 미국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던져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