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문태영이 태종에게 "형 미안해, 늘 존경해"

농구

    문태영이 태종에게 "형 미안해, 늘 존경해"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한 문태영이 그물을 자르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KBL)

     

    형제는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다. 아버지는 두 아들이 마음껏 농구를 할 수 있도록 집 마당에 농구 코트를 마련해줬다. 친구들이 자주 놀라왔다. 형제는 서로 상대가 되어 기량을 겨뤘다. 둘은 프로 선수가 됐고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만났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 챔피언을 놓고 다투는 무대에서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였다.

    한편의 드라마같은 일이 한국 프로농구 무대에서 벌어졌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형제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늘 형의 그늘 아래서 지냈던 동생이 '형보다 나은 아우'로 우뚝 섰다.

    '동생' 문태영이 이끈 울산 모비스가 10일 오후 창원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형' 문태종이 분전한 창원 LG를 79-76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정상에 등극했다.

    시리즈 평균 22.2점, 8.0리바운드를 기록한 문태영은 챔피언결정전 MVP로 등극해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반면, 형은 동생이 환호하는 모습을 쓸쓸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태영에게 종료 버저가 울린 뒤에 형과 대화를 나눴냐고 물었다. 문태영은 "찾으러 갔는데 그때 LG가 경기장을 떠나고 있었다. 가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안고 붙잡아서 인사를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형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했다. 문태영은 그 자리에서 말로 편지를 썼다.

    "너무나 존경하는 형, 내가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빼앗아간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우승해서 미안해. 늘 언제나 존경해", 통역은 마치 편지를 읽듯이 문태영의 솔직한 심정을 가감없이 전했다.

    문태영은 형과 맞대결을 벌일 때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자신도 인정했다. "워낙 훌륭한 선수이다 보니까 형이 버거워 하도록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형이 쉽게 득점을 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