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종규가 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덩크를 터뜨린 뒤 모비스 벤슨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있다 (사진/KBL 제공)
김종규가 중앙선 앞에서 높이 뛰어올라 공을 잡았다. 두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모터를 가동했다. 바로 앞에 있던 로드 벤슨이 쫓아가기에는 늦었다. 김종규는 그대로 림을 향해 돌진해 호쾌한 왼손 원핸드 덩크를 림에 꽂았다.
207cm의 장신이 펼친 플레이에 모두 깜짝 놀랐다. 울산 모비스 팬들은 잠시 침묵했고 창원 LG의 원정 응원단은 환호했다. 8일 오후 울산에서 끝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4쿼터 초반의 풍경이었다.
김종규에게는 4차전 때 안 좋은 기억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벤슨은 김종규의 블록 시도를 넘어 덩크를 터뜨린 뒤 특유의 경례 세리머니를 펼쳤다.
김종규는 그대로 갚아줬다. 백코트를 하는 과정에서 벤슨을 향해 벤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심판은 상대 선수를 조롱하는 행위로 여겼다. 김종규에게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됐다.
벤슨의 세리머니와는 분명 달랐다. 벤슨은 덩크를 할 때마다 카메라와 팬들을 향해 경례 세리머니를 한다. 4차전 때 벤슨의 시선은 김종규를 향해있었던 것 같지만 다소 애매했다. 벤슨이 늘 해왔던 세리머니였기 때문이다. 심판은 문제삼지 않았다.
"4차전에서 벤슨이 저를 향해 덩크 후 했었던 세리머니를 저도 덩크 후 똑같은 걸로 되돌려주고 싶었습니다"김종규의 말이다.
김종규는 벤슨의 세리머니가 자신을 향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벤슨을 겨냥해 세리머니를 펼쳤다. 동작이 더 확실했고 눈빛이 쏘는 방향 역시 보다 명확했다.
테크니컬 파울을 피해가기는 어려웠다. 김종규가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다.
▲김종규의 세리머니, 어떻게 봐야할까
김종규의 덩크는 팀이 4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나왔다. 테크니컬 파울로 인한 자유투를 양동근이 성공시키면서 2점을 얻고 1점을 내준 셈이 됐다. 어쨌든 '+1'이었다.
LG는 모비스에 65-66로 패했다. 1점차로 아깝게 졌다. 김종규의 테크니컬 파울이 결정적이었을까? 결과론이다.
김종규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는 했지만 벤슨을 놀라게 한 덩크 한방으로 팀 분위기를 띄운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22초 뒤에 나온 김진 LG 감독의 거센 항의가 아쉬웠다. 김진 감독이 테크니컬 파울을 지적받으면서 LG는 또 한번 의미없는 실점을 했다. 양동근이 자유투를 넣었다. 이번에는 '-1'이었다.
김종규는 부진했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적은 9분 출전에 그쳤고 리바운드 없이 4점 만을 올렸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었지만 김종규는 이를 갈고 있었다. 덩크 장면이 김종규의 승부욕을 설명해준다.
김종규는 지난 해 대학농구리그와 국가대표 차출, 전국체전 출전 등 아마추어 일정을 모두 마치자마자 프로 무대에 합류해 정규리그, 플레이오프를 마쳤고 지금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고 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모비스 함지훈은 김종규를 벼랑 끝으로 몰고있다.
심신은 지칠대로 지쳤다. 그러나 김종규의 승부욕만큼은 변함이 없다. 김종규의 경례 세리머니는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2승3패로 뒤져 이제 남은 2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LG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마이클 조던의 '손가락 까딱' 세리머니
비슷한 장면이 오래 전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나왔다.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은 1997년 플레이오프에서 애틀랜타 호크스 소속의 디켐베 무톰보를 넘어 덩크를 터뜨렸다. 독특한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무톰보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세리머니를 조던이 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조던은 1997년 올스타전 당시 라커룸에서 무톰보와 대화를 나눴다. 당시 주제는 '조던은 단 한번도 무톰보를 넘어 덩크를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조던은 아마도 대화 내용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