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모비스와의 3차전에서 속공을 준비하고 있는 LG의 포인트가드 김시래(사진 가운데) (사진/KBL 제공)
작년 하반기를 장식한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등장한 당시 프로야구 챔피언 LG 트윈스의 모토는 신바람 야구였다.
20년이 지나 LG 농구단에 신바람이 불었다. 1997년 창단 이후 첫 우승에 도전하는 프로농구 창원 LG는 빠른 공수전환을 바탕으로 하는 거침없는 공격 농구로 흥행을 주도했고 정규리그를 제패했다.
LG가 코트에서 신바람을 내기 시작하면 무서울 게 없다. 신바람의 출발은 속공에서 비롯된다. LG는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4.2개의 팀 속공을 기록해 10개 구단 중 1위에 올랐다.
정규리그에서는 그랬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는 팀 속공이 자주 보이지 않는다.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한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경기당 2.9개로 줄었다. 울산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는 평균 2.0개에 그쳤다.
속공이 줄어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단기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한 경기의 비중이 정규리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챔피언결정전이기에 아무래도 과감한 플레이보다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실수는 치명적이다.
둘째, 상대팀인 모비스가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비스는 챔피언결정전 들어 평균 턴오버를 9.3개로 줄였다. 정규리그 평균 기록은 10.9개다.
LG는 상대 실책을 속공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10개 구단 중 가장 좋다. 그러나 모비스가 실책 수를 최소화하다 보니 자유투와 더불어 농구에서 가장 쉬운 득점 방법인 속공을 전개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상대가 LG이기에 실책이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실책을 하거나 난사를 하면 상대에게 속공을 내주거나 3점슛을 얻어맞을 수 있다. 거기서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계했다.
LG가 11-24로 뒤진 채 맞이한 1차전 2쿼터에서 단숨에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계기가 빠른 공격 전환에서 나왔다.
LG의 속공이 위력적인 이유는 축구에서 2선 공격수의 침투와 같은 장면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태종이 속공 최전방에 가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김시래를 비롯한 가드가 질주해 상대 수비를 흔드는 사이 뒤에서 천천히 따라온다. 이때 상대가 수비 대열을 정돈하지 못한다면 뒤따라오는 문태종에게 오픈 기회가 생긴다. 인천 전자랜드 시절부터 재미를 봤던 공격 방식으로 지난 4차전에서도 이를 활용한 3점슛 성공 장면이 나왔다.
모비스는 LG와 5대5 농구를 하기를 원한다. 하프코트 오펜스와 디펜스에는 자신이 있다. LG도 5대5에서 밀리는 팀은 아니다. 확실한 해결사 데이본 제퍼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차전처럼 제퍼슨이 막히면 답답해진다.
LG는 신바람을 내야 한다. 상대가 두려워하는 농구를 해야 한다. 해답은 빠른 공격에 있을지도 모른다. 모비스가 수비 대열을 갖추기 전에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린다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도 있다(물론, 모비스는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가 리그 최고 수준이다).
말은 쉽다. 속공이나 '얼리 오펜스(early offense)'를 시도할 때는 배짱이 필요하다. 과감한 플레이와 무리한 플레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