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뱀직구다' 삼성 마무리 임창용이 13일 SK와 홈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대구=삼성 라이온즈)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삼성의 경기가 열린 13일 대구구장. 경기 전 취재진의 관심은 삼성 마무리 임창용(38)의 등판 여부였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 7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한 임창용은 지난 11일 1군에 등록했지만 연이틀 등판하지 못했다. 불펜이 경기 후반 무너져 패하면서 세이브 상황이 갖춰지지 못했다.
이에 임창용은 "나를 보러 오신 팬들을 위해 던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서 "승패에 관계 없이 오늘은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오늘은 에이스 윤성환이 나오니 이길 것"이라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경기 초반만 해도 임창용의 뜻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삼성은 1회만 최형우의 2루타와 박한이의 적시타 등으로 대거 5점을 뽑았다. 이후 6회까지 7-1로 앞서며 여유있는 등판이 예상됐다. 이후 삼성은 7회초 3실점 했지만 7회말 1점을 추가, 8-4까지 앞섰다. 이후 상황에 따라 임창용의 세이브 요건이 갖춰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임창용이 불펜에서 몸을 풀던 8회 삼성 마운드가 와르르 무너졌다. 차우찬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필승 카드 안지만이 최정에게 만루 홈런을 내주며 8-8 동점이 됐다. 이어 안지만은 1사 만루를 내줘 역전 위기까지 맞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임창용이 결국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007년 10월5일 사직 롯데전 이후 7시즌 만의 등판이었다. 대구구장 전광판에는 실로 오랜만에 '창용불패'라는 문구가 떴다.
임창용의 첫 상대는 SK 외국인 거포 루크 스캇. 왼 엉덩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승부처인 만큼 대타로 나왔다. 임창용은 지난 11일 인터뷰 때처럼 초구로 시속 142km 직구를 뿌려 스캇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후 3구째까지 직구로 승부한 임창용은 스캇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깊숙한 타구라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그러나 임창용은 흔들리지 않고 김성현을 시속 145km 직구로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 이닝을 마무리했다.
임창용의 호투 속에 삼성은 8회말 박석민의 동점 2루타와 역전 득점 등 맹활약으로 10-9로 경기를 뒤집었다. 리드를 잡은 임창용은 9회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마지막 타자 최정을 삼진으로 잡아내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 2007년 9월9일 잠실 LG전 이후 7시즌 만의 승리. 너무도 드라마틱했던 임창용의 복귀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