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사건 수사팀장 윤갑근 검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유우성씨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이 '부실수사'했다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검도입의 필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검찰은 14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직접 위조된 증거를 가져온 국정원 협력자 김모 씨(61)과 증거 위조를 지시한 국정원 김모 과장(47)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과장에게 증거를 위조해서라도 가져오라고 지시한 국정원 윗선의 존재는 이모 대공수사국 처장(54,3급)만으로 일단락됐다. 몸통은 제대로 접근도 하지 못하고 '깃털'만 겨우 사법처리 한 셈이다.
그나마 대공수사팀 관련자 가운데 제일 말단만 구속기소하고 검찰이 실무적 '총책임자'라고 적시한 이 모 처장은 불구속 기소했다.
국가정보기관에서 사법체계를 뒤흔들만한 중대범죄를 대공수사국장보다 2단계나 직급이 아래인 국정원 3급 처장이 모두 책임지고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수사팀장을 맡은 윤갑근 검사장은 ",수사처장이 총책임자는 맞지만 구체적으로 범행한 것은 그 밑의 과장 이하였다"고 불구속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결재라인에 포함돼 있는 국장이나 단장들에 대해서도 "전자 결재다 보니 내용을 확인 안하고 클릭했다"는 변명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는 국정원 증거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실수사'로 귀결되자, 국정원의 공권력 남용행위를 재조사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도 이번 사건에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고 공소유지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만큼, 특검 등 '제 3의 방식'으로 국정원 윗선과 검찰의 지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봐주기 수사'에 대한 국민적 질타로 사건의 실체가 재조명되는 경우는 최근 역사에서도 간간이 있어왔다. 지난 1987년 1월 발생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검찰은 공안기관의 강압적 고문에 의해 학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몸통은 방치하고 깃털만 사법처리했다가 국민적 여론에 부딪쳐 재수사를 해야만 했다.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이던 박종철 군이 14일 오전 남영동 대공분실 수사관에 의해 연행된뒤 물고문 끝에 숨졌지만, 경찰은 "수사관이 책상을 '탁'치니 박종철이 '억'하고 쓰러졌다"며 가혹행위를 한 바 없다고 은폐를 시도했다.
검찰 역시 고문에 가담한 경찰관은 조한경 경위 등 2명밖에 없다던 경찰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축소에 나섰다.
히지만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가라앉지 않았고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해야만 했다.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당시 경찰청장에 해당하던 강민창 치안본부장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지형에서 정점을 찍고 있는 국정원에 대한 처벌 의지를 이미 상실한 마당에 검찰의 재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증거위조 수사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봐주기 수사'라며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다시 불붙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윗선인 대공수사국장과 2차장과 국정원장에 대해 제대로 소환하여 수사하지도 않고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은 누가 보아도 서둘러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고 봉합하려는 비루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라며 특검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이번 수사결과가 국정원에 대한 '사실상 면죄부'고 국민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특검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