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16일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상황을 듣다 오열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단체로 방에 있던 뒷반 아이들은 아예 연락 안 되고 나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였다.
체육관 앞 화이트보드에는 경상을 입고 무사히 구조돼 실내체육관까지 도착한 탑승객들의 명단이 붙어있다.
아이들을 제주도로 수학여행 보냈다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부모들은 구조자 명단 앞에서 빼곡하게 적힌 구조자 이름을 하염없이 다시 보고 다시 봤다.
"이름이 명단에 없어, 바다에 갇혀 있대"라고 오열하면서도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명단 앞을 떠나지를 못했다.
구조자 양태환(16) 군은 "배 앞쪽에 나와 있던 친구들만 빨리 구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된 학생들에 따르면 배 앞쪽에 있었던 탑승객들은 배에서 이상을 느끼고 비교적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후미에 있었던 탑승객들이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
구조자 명단을 봐도 배 앞쪽의 방을 사용하던 앞반 학생들에 비해 배 뒤쪽의 방을 사용하던 9~10반 소속 학생들 이름이 현저히 적었다.
양 군은 "사고가 난 시간이 자유시간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대부분 방 밖에 있었다"면서 "그래서 앞쪽에 나와 있던 친구들이 그나마 빨리 구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16일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 한 명이 전화를 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양 군에 따르면 특히 7~8반 학생들은 50여 명이 단체로 한 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고 발생 당시 배 안에는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와, 방 안에 있던 학생들이 단체로 방 밖에 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양 군은 또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말도 못 들었다"면서 "방 안에 있던 구명조끼 8개 중 5개를 챙겨서 옆에 있던 친구들에게 얼른 나눠줬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물이 빠르게 차오르면서 수압 때문에 수영을 할 수가 없어 벗어던지고 벽을 짚으면서 바다에 뛰어들었다.
특히 양 군은 같은 반 학생인 정휘범(16) 군이 마지막까지 겁에 질려 기울어지는 방 안에서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침대 끄트머리를 붙잡고 나오지를 못했다고 전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정 군의 어머니 신정자(43) 씨는 "그게 아들을 본 마지막 모습이냐"면서 믿을 수 없어 했다.